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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상담 및 심리치료

즉시성을 통해 본 협력적 관계의 의미

by 오송인 2019.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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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가 재연하는 역기능적 관계 패턴에서 치료자가 부득이하게 한몫할 수밖에 없다. 초보 상담자가 이런 역전이를 상담 회기에서 즉각적으로 알아차리기란 어렵고 알아차리더라도 뒤늦게 알아차릴 때가 많다. 이 때, 인정욕구와 같은 치료자 요인이 더 큰 역전이인지 혹은 내담자 역기능적 대인관계 패턴 재연의 일부인지를 가늠하는 가늠자로 역시나 CMP를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 평소에 상담자가 자신의 일반적인 대인관계 패턴에 대해서도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나는 내 자신의 관계 패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묻게 된다.  


재연 및 역전이 발생을 자각하여 이를 두고 치료자와 내담자가 함께 논의하는 메타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이를 통해 내담자가 자신의 관계 패턴을 들여다보고 다른 식으로 반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실제로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메타커뮤니케이션, 즉 상담에서 상담자-내담자 상호작용에 관한 즉시성을 활용하는 개입은 클라라 힐이 쓴 상담의 기술에 비교적 짧게 언급돼 있는 데 반해 Teyber의 대인과정접근과 Levenson의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 모두에서 매우 중요하고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즉시성을 활용한 개입은 크게 '과정 언급'과 '자기관여적 반응'으로 나뉜다. 과정 언급은 치료 과정에 초점을 맞춘 치료자의 언급으로서 예를 들어, "내가 뭔가 말하려고 하면 당신은 마치 내가 한 대 치기라도 할 것처럼 움츠러드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와 같은 상담자의 말이다. 자기관여적 반응은 환자와의 상호작용 맥락에서 치료자가 느낀 마음 상태를 전달하는 말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당신에게 실망을 준 일들을 이야기할 때, 나는 모든 게 잘될 거라고 안심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즉시성을 활용한 개입이 특히 힘을 발휘하는 때가 작업동맹이 손상됐을 때나 내담자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재연에서 상담자가 한몫을 담당할 때다. 즉시성은 내담자로부터 미묘하게 철회하거나 내담자에게 다른 사람들이 흔히 반응하는 방식으로 상담자가 반응하게 될 가능성을 줄여준다. 상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비롯한 자기 일부를 내담자에게 공유하는 것이 상담자의 불안을 야기하기 쉽지만, 그러한 마음 상태의 공유는 공격이나 보복당하거나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내밀한 감정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안전한 환경임을 치료자가 몸소 보여주는 것이 된다.      


치료 초반부터 즉시성을 활용한 개입이 가능할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즉시성을 활용하여 안전감을 제공하고 역기능적 대인관계 패턴을 탐색하여 수정하기 전에, 내담자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 했던 자신의 감정을 경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서서히 라포 형성해 나가는 가운데 내담자가 억제 및 억압됐던 감정을 생생하게 경험함으로써 비로소 대인관계 패턴을 거리두고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 9장을 보면, 치료자가 2회기부터 즉시성을 활용하여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내담자와의 관계에 뛰어든다. 상담자로서 즉시성을 활용한 개입을 하는 것에 대한 내 불안 때문에 내담자 감정이 먼저 올라와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도 싶다.


"치료자들은 자신의 일부를 환자와 나누는 데서 취약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런 자기개방을 위협으로 보는 것 같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 145쪽.


전이가 발생하지 않으면 치료가 시작될 수 없고 역전이가 발생하지 않으면 치료가 마무리될 수 없다는 말을 어느 책에선가 본 것 같은데, 인간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수치화하고 범주화하려는 과학자의 자세로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며 "중립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관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같은 책, 253쪽)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의 다름 아닌 듯하다. 


ref)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 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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