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is and Human Growth는 어휘가 어렵고 해석이 잘 안 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충돌하는 욕구 가운데 어느 하나를 억누르고 다른 하나를 전면에 내세우는 미봉책이 얼마나 삶을 괴롭게 만들 수 있는지 배웠습니다. 호나이는 프로이트와 달리 내적 갈등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의 실제 역동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기 때문에 내용 이해가 잘 안 됐음에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대학생이던 2008년 무렵 이 책의 번역서를 읽고 받았던 감동이 생각나서 원서로 읽었습니다. 환경이 어떠할지라도 생각을 변화시킴으로써 그 환경에 보다 적응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상담 및 심리평가 실무에서 일한지 9년차인 이제는 식상할 정도가 돼 버렸지만, 여전히 이 책이 갖는 자조서로서의 기능에 두 엄지를 치켜올리고 싶습니다.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인지치료자체가 환자를 셀프치료자로 변모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읽어도 좋을 내용이 많습니다(특히 스토이시즘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더 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성격장애적인 특성을 지녔다 하더라도 살아가며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성격은 잘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긴 해도 실상 고정돼 있는 어떤 것은 아니죠. 이 책은 자기애성 성격 특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호나이 책과 비슷하게 성격의 차원적 특성과 역동을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읽어 보면 도움되는 지점이 있을 겁니다.
번역서가 있고, 임상/상담 실무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1-4장까지가 핵심이고 1-4장에서 설명한 사례개념화 내용을 토대로 각 이론에 맞게 사례개념화하는 법을 보여주는 5장 이후는 성의가 너무 없다는 느낌입니다. 거의 copy & paste 수준으로 기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도움이 안 되는 느낌입니다.
상담을 정말 많이 해본 사람이 대상관계 심리치료의 실제를 학생들에게 최대한 쉽게 가르치려고 쓴 책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만 구체적 실례가 많이 나와 있는 것에 비해 책의 전체적인 통합성은 부족해 보입니다. 비상약품함 같은 느낌이랄까요. 상담 하다가 답답한 부분이 있을 때 혹시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들춰보게 될 것 같은 그런 책입니다.
저는 세계관이나 실제적인 전략에서 CBT에 가깝게 행동하는 사람이지만 자기한테 없는 것에 끌리는 탓인지 정신역동 관련 책을 틈틈이 보고 있고, 이 책도 그 일환입니다. 근거기반 실천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지만 매뉴얼화된 그런 심리치료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신역동적 접근으로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여섯 가지 영역(우울, 강박, 유기공포, 낮은 자존감, 공황 불안, 트라우마)을 통해서 정신역동 심리치료를 전개하는 방법을 비교적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인데 글렌 가바드처럼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어서 큰 부담 없이 읽었습니다. 다만 이론상의 통합적 접근을 취하는 쪽이고, 저 서평을 쓸 때와 달리 지금 드는 생각은 다른 심리치료 접근과의 차이가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인데, 책의 문제라기보다 언어 너머의 경험들에 초점 맞출 때가 많은 정신역동 치료를 언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한계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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