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총 여섯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재활에 관한 part 6 빼고 완독했습니다. 작년 9월초부터 장장 8개월이 걸렸습니다. 스터디메이트께 감사드립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론과 실제를 두루두루 다루지만 임상 현장에서 환자 평가할 때 유념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짚어주는 책입니다.
이론적인 부분은 좀 생소할 때가 많았고, 신경심리에 관한 지식의 역사 자체가 뇌영상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궤를 같이 하는 만큼, 아직 체계적인 지식의 구조랄까 그런 것들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Part 4 Adult Neuropsychology 에서 기억, 언어 및 의사소통, 실행기능, 수의적 운동, 시공간 및 주의 기능, 숫자 처리 및 계산 기능 등에 관한 이론이 소개되지만 이해하기 버거울 때가 많았습니다.
실제 부분에서 차라리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환자 평가 과정이나 면담 과정 등에서 유의해야 하는 점들을 리마인드할 수 있게 돕습니다. 가설을 세우는 과정이나 검사 결과에 대해 임상가가 판단할 시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언급할 때가 많은데, 예를 들어 MRI에서 이상 소견이 없다 하더라도 신경심리평가에서 기능이 상당히 저하돼 있을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어느 한 가지 결과만을 가지고 기계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당연히 그러한 불일치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고 해석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신경심리평가에서 이상으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실제 기능 수준은 비교적 좋은 편일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에서의 이상이 꼭 실제 기능에서의 이상을 시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반대도 가능하고요. 이렇게 되는 데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환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일지 가설을 세우고 면담이나 환자에 관한 과거 기록까지 꼼꼼하게 참고하여 검증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심리평가 과정과 다르지 않지만 신경심리학 및 신경심리 검사 도구 특성(4장 Psychological and Psychiatric Aspects of Brain Disorder: Nature, Assessment and Implications for Clinical Neuropsychology), 통계적 추정 과정 및 통계치 해석에 대한 상당한 배경지식과 경험이 수반됩니다. 환자가 복용하는 항정신성 약이 검사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약물학적 지식도 요구되고요(5장 The Effects of Prescribed and Recreational Drug Use on Cognitive Functioning). 이 책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고, 특히 통계적 추정에 관한 6장 Quantitative Aspects of Neuropsychological Assessment는 너무 디테일하고 어려워서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재활 부분입니다. Part 6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나 저희는 그 부분은 읽지 않았습니다. 다만 Part 4에서도 기억이나 언어, 실행기능 등 각각의 영역을 다루는 가운데 중간중간 재활에 관한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재활 치료의 방식과 치료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 등에 관해서 언급될 때가 있고요. 재활치료 과정에서의 치료 효과 평가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복귀 후의 실제 기능 수준 평가가 치료의 실제적 이득을 보다 정확히 가늠할 수 있게 한다는 부분이 상식적이지만 중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끝으로 파트 5 Neuropsychology: Specialist Areas of Work 에서 아동이나 FTD, Severe and Profound Brain Injury를 대상으로 한 신경심리학적 평가를 다루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법정에서의 증언이나 mental capacity 판단에서 신경심리학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느껴집니다. 한국에서는 이 책이 출판된 영국에서와 달리 임상심리학자 혹은 임상신경심리학자가 법정에서 증언하는 일 자체가 거의 없고 검사 결과 해석을 서면 제출하는 일도 많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mental capacity 관련하여 한국에도 성년후견제도가 있긴 하지만 그 제도에서 심리학자가 얼마만큼의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이 책은 어렵습니다. 입문서로는 적당하지 않은 책이고요. 어찌 보면 책 선정을 잘못 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신경심리평가를 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보다 더 다양한 측면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지적인 복잡성이 함양된 것은 확실한 것 같고요. 8개월 동안 너무 고생을 해서 당분간 신경심리쪽은 쳐다 보지도 않을 것 같지만, 대학원에서 좀 보다 말았던 The Little Black Book of Neuropsychology 같은 책에 다시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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