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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671

Inside Llewyn Davis: 가난한 예술가의 초상 학습평가 끝나고 서울극장 가서 이 영화 봤다. 음악을 하려면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함을 곤궁한 르윈의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르윈처럼 음악을 포기할 수 없지만 돈벌이를 못해서 하루 잘 곳도 마땅치 않은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코엔 형제의 송가랄까. 음악이 너무 좋아서 몇평 안 되는 눅눅한 지하 월세방에서 삼시세끼 라면만 먹고 살아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최소한 내 경우에 그렇게 음악하면 결국엔 음악, 더 나아가 삶 전체를 싫어하게 될 것 같다. 음악을 원하지만 좋아하진 않는 삶이랄까. 그런 상황에서 음악이란 건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드는 마약이 될 뿐이다. 정말 처절하게 가난한 르윈이 음악을 접고 배를 타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은 웃기면서도 슬프다. 음악을.. 2014. 2. 9.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서 발췌 외로움을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을 너무 거창하고 형이상학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랑은 궁금증과 관심에서 시작한다. (...) 정신과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대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기애가 지나친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사랑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증거는 주변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자기가 아닌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자기 정서를 표현하며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면, 이미 이 환자는 사랑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므로 이제 그만 퇴원해도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30-31쪽. 사랑에 대한 간명한 정의와 정신과 환자들의 공통된 어려움에 대한 통찰에 무릎을 쳤다.저자는 이근후. 하나의학사에서 나오는 정신의학 교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 2014. 2. 3.
토요일 - 스트라이크백 시즌 3을 다 봤다. 미드 챙겨보는 건 처음인데, 보기가 아까울 정도로 잼있다. 그리고 주인공 스톤브리지(사진 왼쪽)의 몸매는 내 헬스라이프의 최종 목표다. 저 탄탄한 어깨와 갑빠를 보라. 감탄이 절로 나오는 거다. ㅎ - 하루 종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서 총 세 권으로 나왔는데, 가장 분량 많은 1권을 다 읽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책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처음 읽을 때는 복잡한 러시아 이름들 사이에서 헤매는 가운데 내용 이해하느라 바빠서 재미가 없다. 이번엔 가볍게 읽고 한 번 더 읽어야겠다.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무신론자인 이반의 웅변이 인상적이다. 신이 있다고 믿지만 무고한 어린이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아이들.. 2014. 1. 4.
[북한산 둘레길] 안골길~송추마을길 음악 들리는 것 같다. 북한산 둘레길이 총 21구간인데 작년과 올해 총 20구간을 돌았고 우이령길 1구간 남겨 놓고 있다. 거리로는 70km 정도. 어제 의정부 쪽의 북한산 자락 세 구간을 돌았는데 9월 말 이후 3달 만이었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았고 햇볕도 강하지 않아서 걷기에 딱 좋았다. 다만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서 만 원짜리 아이젠을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결국 안 사고 잘 걸어 다녔지만 몇번 미끄러질 뻔하기도 했다. 안골길은 그냥 평지나 다름 없었고 유유자적하며 걸었으나 안골길이 끝나고 이어진 산너머길에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북한산 둘레길은 보통 야트막한 산허리를 돌아서 거의 힘이 들지 않는데 산너머길은 정말 산을 넘는 길이라 오르막이 30~40분 가량 계속 됐고 서너 번 쉬었다 가지 않.. 2013. 12. 26.
- 한 사람의 인생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두꺼운 책이다. 그 책을 다 읽는 건 불가능하지만 목차 정도는 훑어볼 수 있다. 하지만 목차를 읽었다고 해서 그 책을 다 읽은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되는데, 늘 그런 우를 범하고 사는 게 인간이다. 더욱이 그 목차라는 것도 챕터라기보다 섹션에 가깝다. 전체를 왜곡시킬 수도 있는 세부적인 것들. 가령 키가 몇이고 학교는 어딜 나왔고.. 집이 어디에 있고 등등. 내가 보고 있는 건 목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 한켠에 되새긴다면 비판단적으로 상대방을 대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상대방이 책이라고 상상하고, 그 책 안에 어떤 사건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 보는 것. Q & A 기능도 갖춘 책이라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알려주기도 하니 얼.. 2013. 11. 29.
Polaris @ 공중캠프(2013.11.23) 오프닝은 속옷 밴드였는데 역시 클래스가 다른 고품격 포스트락을 들려줬다. 멕시코행 고속열차도 해주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드럼 치는 정지완씨 얼굴만 살짝 보이는 정도였지만 덕분에 귀가 호강했다. 오프닝이 너무 화려하면 안 되는데 그런 점에서 다소 예의가 없는 오프닝이었달까. 오프닝이 끝나고 사람들이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거나 화장실 가러 나간 사이 앞자리를 선점했다. 폴라리스 공연은 9시를 조금 넘겨 시작했는데 공중캠프 협소한 공간이 꽉꽉 들어차서 반팔만 입고 다 탈의했음에도 땀이 날 정도로 후덥지근했다. 공연 멤버를 보면, 클램본에서 기타와 건반을 치는 미토와 드럼 치는 이토 다이스케가 세션으로 참여했고 이 때문인지 오오야와 카시와바라가 자신을 클램본의 멤버로 소개하기도 했다. 공연은 계절을 .. 2013. 11. 25.
지리산 종주 3일차 새벽 다섯 시에 세석을 출발해서 또 야간 산행을 했다. 대피소를 나오니 한겨울 칼바람이 불어대고 있었다. 옷깃을 여미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출발했다. 이번에는 어제 야간 산행과 달리 바람이 심하게 불고, 체감 고도가 훨씬 높고, 자칫 발 잘못 디뎠다가는 황천길로 가는 수가 있었기 때문에 랜턴을 이리저리 비추며 형세를 파악하는 가운데 느릿느릿 움직였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해가 뜨기 시작했는데, 아름다웠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색감이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이었으리라. 우주적인 고요함이랄까.. 천왕봉을 앞둔 마지막 대피소인 장터목 대피소까지 3.5km를 걸어 도착했고, 하산길에 위치해 있는 로터리 대피소까지 7km 남짓은 물 받을 데가 없기 때문에 대피소에서 물도 1리터 가득 채.. 2013. 10. 30.
지리산 종주 2일차 전투적으로 코 고는 소리와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결국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네 시에 셀 수 없이 많이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랜턴 불빛에 의지해 노고단 대피소를 떠났다. 목적지는 세석이었다. 제일 일찍 출발해서 칠흙 같은 밤중 산길을 헤매면 어쩌나 걱정도 됐지만 이정표가 매우 잘 정비돼 있어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걸령 삼거리에서 길을 잘못 들어 500미터 정도 헛걸음을 하기도 했는데 가파른 오르막 돌계단을 다시 오르자니 고역이 따로 없었다. 삼거리에서 다시 방향을 제대로 잡고 두 시간 가량 걸으니 삼도봉에 다다랐고 해가 뜨기 시작했다. 삼거리로 다시 올라왔을 때부터 산악회로 추정되는 일련의 무리를 뒤따르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심적 압박이 덜했다. 페이스 조절.. 2013. 10. 29.
GRAVITY 이 영화는 재난영화라기보다 메타포로 읽혔다. 관계에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내면으로 침잠한 어떤 사람에 관한 비유랄까.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은 산드라 블록이 유영하던 우주는 너무나 깊고 깊어서 다른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내면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 곳은 완벽하게 외부 현실과 차단돼 있고 상처를 줄 사람도 상처 받을 사람도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 하지만 공허했고 어떤 생명력도 없는 무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대인관계 경험들과 자기패배적인 사고는 종종 이런 공간에까지 침습해 온다. 1시간 반이라는 시간 간격을 두고 맞닥뜨리게 되는 인공위성의 무수한 파편들 말이다. 이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산드라 블록의 노력은 처절하기도 했지만 어떤 비극보다도 슬펐다. 세상과도 또.. 2013. 10. 27.
귀요미 (아가에게 생일을 묻는다.) 생일이 언제야? 12월 크리스마스요. 진짜? 네 (이후 어머니와의 면담) 어머니 생일이 크리스마스 맞아요? (웃으심) 지났는데 자기가 선물 받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나 봐요. 아.. ㅎㅎ 2013.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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