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하루하루671 남해 바다길 1박2일 트래킹(거제도 쌍근마을 ~ 다대마을)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당일에 버스 예약을 했는데 행선지를 잘못 입력해서 출발 3시간 전에 취소하고 표를 다시 끊었다는. 목요일 저녁, 쓰던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짐을 챙겨서 남부터미널로 향했다.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저녁 12시 차에 올랐다. 거제 고현에 도착하니 새벽 네 시였는데, 4시간밖에 안 걸렸다는 게 좀 놀라웠다. 내려서 어디로 가야할지 꽤 방황했다. 모텔 가서 좀 잘까. 찜질방을 갈까. 그냥 걸어서 쌍근마을까지 갈까. 그러기에는 너무 먼 곳인데(고현 터미널에서 20km).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꽐라된 사람들이 많은 터미널 근처에서 순대 1인분을 시켜 먹으면서 그냥 6시 반 첫 차를 타기로 마음 먹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갔고, 터미널에서 시내.. 2013. 9. 23. 일요일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 (허연, 「일요일」중에서) 2013. 9. 16. 나에게서 온 편지(원제: 무릎을 스치는 바람) 콜레르(사진 왼편)는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콜레르가 자신의 딸인 라셸에게 보이는 관심은 매우 크다. 어머니한테 못 받은 사랑을 딸에게 헌신하며 대리적으로 충족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하지만 그 방식에 문제가 있다. 이를 테면 딸의 생일 선물로 가난한 아프리카 땅의 아이들에게 기부할 수 있는 서류를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채 자기식의 사랑과 관심을 쏟는다. 이로 인한 라셸의 실망감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인데, 설상가상으로 라셸의 아버지 미셸은 "너만한 나이에 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맨발로 탈출했었다"며 아이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을 냉정하게 거절해 버린다. 이 정도면 정서적으로 유기된 거나 다름 없다. 이런 문제는.. 2013. 9. 10. 성북천, 정릉천 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의 자태 정릉천 따라서 고대로 가고 있어요. 다 쓰러져 가는 건물이지만 뭔가 묘하게 아름다운. 2주 동안 경조증이었다가 평소 모드인 기분부전 상태로 돌아 왔음. 꽃도 달았음 --v 한성대입구역-보문역-신설동역-제기동역-고려대역-한국과기원-고려대역-성신여대역 성북천과 정릉천을 따라서 저 코스로 10km 정도 걸었다. 과기원쯤에서 밥 먹은 시간까지 포함해서 총 4시간 걸렸다. 원래 이 길을 걸으려던 게 아니었는데 길이 나를 이끌었다. 발 가는 데로 걸었다. 길은 경이롭다.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들이 펼쳐진다. 도심 한복판에서 백로를 만나고, 아줌마 네 명이 통기타를 들고 포크쏭을 부르는 장면도 목도하게 된다. 고려대역에서 경희의료원으로 넘어가는 돌담길 석양도 아름다웠다. 풍경과 소리들. .. 2013. 9. 1. 일대종사 이십대 초중반에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모두 어둠의 경로를 통해 봤다. 그리고 나도 왕가위의 팬이 됐다. 팬으로서 신작이 개봉했는데 또다시 어둠의 경로를 통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았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영화에 빠져 들었다. 화려하기도 하고 노스탤지어를 자아내기도 하는 왕가위의 영상 미학에 2시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한치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줄거리는 매우 엉성했지만, 이 영화는 줄거리보다 장면 한 컷 한 컷이 그 자체로 작품인 그런 영화였다. 아름답고 애틋했다. 양조위의 선하면서 강인한 눈매도 매력적이었고, 장쯔이라는 배우가 왜 유명한지도 알 수 있었다. 잠깐 나왔지만 송혜교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송혜교는 갈수록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 시네큐브나 필.. 2013. 8. 31. 하차 혼자서 하는 거 말고 누군가와 같이 하는 취미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그리고 관념지향적인 삶에서 한 번 탈피해 보겠다고 야심차게 스윙댄스를 배우러 갔으나 너무 뻘쭘해서 첫 레슨이 끝나고 윗 기수들 공연하는 거 좀 보다가 3시간만에 나왔다. 몸치여서 동작 따라 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배불뚝이 선생이 너무 쉽게 쉽게 진도를 나가서 그것도 좀 짜증났다. 하지만 뭐 따라 하는 사람이 더 많았으니 선생 탓이라기보다 내 성향이 그런 외향적인 일에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아야 해서 불편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 같다.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어설프게나마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삶의 즐거움들은 대개 누군가와 공유하는 시간들에서 나오는데, 나처럼 내향적인 성격은 이런 데서 많은 어려움이.. 2013. 8. 4. 안산밸리락페스티벌 결론부터 말하면 진짜 행복한 경험이었다. 안산역에 내려서 에어컨도 안 나오는 콩나물 버스를 40분 정도 타고 갈 때부터 돈주고 사서 고생하는 맛이 있었고, 밴드 아침을 시작으로 낮 1시부터 다음 날 저녁 4시까지 달렸는데도 하나도 안 피곤했다. 디어 클라우드는 신곡 위주로 해서 떼창의 기회가 없었지만, 나인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드넓은 공연장을 수놓는 광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넬! 넬의 백색왜성과 믿어선 안 될 말, 이 두 곡을 라이브로 들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신곡들은 솔직히 귀에 안 들어왔다. 비가 오다말다 했는데 습한 날씨에 땅도 거의 뻘 수준이었다. 공연 보고 있으면 막 서 있던 자리가 움푹 패여..; 사진에는 되게 양호하게 나왔는데, 나중에는 군화 전체가 진흙으로 뒤덮였다. 누군가가 버.. 2013. 7. 29. 죄와 벌을 읽다가.. 고리대금업 하는 노파 하나를 죽이면 만인이 행복하다. 이성을 신봉하고 공리주의로 무장된 라스콜니코바가 도끼로 노파의 정수리를 찍어 버린 표면적인 이유는 이런 것이었다. 1800년대는 계몽주의가 지배하던 시대니 이해할 법도 하다. 이성이 신으로부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한 이후로 가치의 기준점은 '보다 많은 사람의 행복'으로 전환됐는데, 이 행복이란 것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하려 해도 결국 개인의 쾌/불쾌에 따른 것으로서 홉스식의 약육강식 논리를 토대로 했고, 보다 많은 사람의 행복이 아니라 저마다의 욕망과 쾌락이 최우선인 그런 행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딴 얘기지만 이게 자본주의의 논리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이성적이었던 라스콜니코바가 살인을 하게 되는 과정을 나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 2013. 7. 1. 서울숲∙남산길 서울숲 서울숲 구름다리 구름다리 끝 지점 금호동 매봉산쯤에서 바라본 남산 최근 산 워커. 아주 맘에 든다. ㅋㅋ 한여름에는 발에 땀차는 워커지. 최근에 생긴 코스라 그런가. 이정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서 꽤 헤맸음. - 대략 10km남짓을 쉬엄쉬엄 네 시간 동안 걸었다. 서울숲에서 응봉산으로 가는 구간이 공사로 폐쇄되었던 까닭에 좀 헤맸는데, 덕분에 서울숲 구름다리의 아름다운 view point도 발견하고.. 돌아가는 길목에서 발견한 이런 멋진 풍경에 감사했다. - 중랑천 무지개다리쯤에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다리를 건너자 KTX인지 3호선인지 모를 열차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데, 이런 일련의 장면들이 서울이라는 도시가 연주하는 음악처럼 느껴졌다. - 금호동으로 오니 빗방울이 한.. 2013. 7. 1. 어깨에 힘 빼기 2003년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으로 이글루스로 갔다가 2006년인가 여기로 이사와서 2009년까지 일기를 꽤 썼다(물론 지금은 거의 비공개로 돌려 놨다). 심심해서 다시 몇 개 봤는데, 나의 20대는 필요 이상으로 진지하고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었구나 싶다. 심지어 꼬꼬꼬마 때도 피아노 선생님이 어깨에 힘 좀 빼라고 강조했던 걸 보면 늘 뭔가 경직된 애어른 상태였던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대학원 심리평가 수업에서 선생님이 힘을 좀 빼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게 이제 이해가 된다. 상담이든 검사든 뭐든 운동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하면 진도 못 나가고 제풀에 나가 떨어진다. 처음부터 고중량 치면 헬스장 삼일도 못 채우고 헬스장에 돈 갖다 바치는 거고, 처음부터 자유형하려고 하면 몸 .. 2013. 6. 25. 이전 1 ··· 60 61 62 63 64 65 66 ··· 6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