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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 3일차 새벽 다섯 시에 세석을 출발해서 또 야간 산행을 했다. 대피소를 나오니 한겨울 칼바람이 불어대고 있었다. 옷깃을 여미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출발했다. 이번에는 어제 야간 산행과 달리 바람이 심하게 불고, 체감 고도가 훨씬 높고, 자칫 발 잘못 디뎠다가는 황천길로 가는 수가 있었기 때문에 랜턴을 이리저리 비추며 형세를 파악하는 가운데 느릿느릿 움직였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해가 뜨기 시작했는데, 아름다웠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색감이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이었으리라. 우주적인 고요함이랄까.. 천왕봉을 앞둔 마지막 대피소인 장터목 대피소까지 3.5km를 걸어 도착했고, 하산길에 위치해 있는 로터리 대피소까지 7km 남짓은 물 받을 데가 없기 때문에 대피소에서 물도 1리터 가득 채.. 2013. 10. 30.
지리산 종주 2일차 전투적으로 코 고는 소리와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결국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네 시에 셀 수 없이 많이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랜턴 불빛에 의지해 노고단 대피소를 떠났다. 목적지는 세석이었다. 제일 일찍 출발해서 칠흙 같은 밤중 산길을 헤매면 어쩌나 걱정도 됐지만 이정표가 매우 잘 정비돼 있어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걸령 삼거리에서 길을 잘못 들어 500미터 정도 헛걸음을 하기도 했는데 가파른 오르막 돌계단을 다시 오르자니 고역이 따로 없었다. 삼거리에서 다시 방향을 제대로 잡고 두 시간 가량 걸으니 삼도봉에 다다랐고 해가 뜨기 시작했다. 삼거리로 다시 올라왔을 때부터 산악회로 추정되는 일련의 무리를 뒤따르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심적 압박이 덜했다. 페이스 조절.. 2013. 10. 29.
GRAVITY 이 영화는 재난영화라기보다 메타포로 읽혔다. 관계에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내면으로 침잠한 어떤 사람에 관한 비유랄까.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은 산드라 블록이 유영하던 우주는 너무나 깊고 깊어서 다른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내면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 곳은 완벽하게 외부 현실과 차단돼 있고 상처를 줄 사람도 상처 받을 사람도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 하지만 공허했고 어떤 생명력도 없는 무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대인관계 경험들과 자기패배적인 사고는 종종 이런 공간에까지 침습해 온다. 1시간 반이라는 시간 간격을 두고 맞닥뜨리게 되는 인공위성의 무수한 파편들 말이다. 이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산드라 블록의 노력은 처절하기도 했지만 어떤 비극보다도 슬펐다. 세상과도 또.. 2013. 10. 27.
커플 불화의 예측 인자들 Predictors of Relationship Distress 부부불화에 대한 확장된 CBCT 모형은 다양한 연구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 연구에서 행복한 부부에 비해 불화를 겪는 부부들은 배우자 간에 부정적이거나 처벌적인 교류의 빈도가 더 높았으며, 서로에게 제공되는 긍정적 결과가 상대적으로 더 적고 의사소통과 문제-해결 기술은 결핍되어 있는 특징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Gottman, 1994; Jacobson & Margolin, 1979; Karney & Bradbury, 1995; Weiss & Heyman, 1997). 또한 여러 연구에서 고통스러운 관계에 있는 파트너들은 서로의 부정적 행동을 선택적으로 지각하거나 “추적”하고 (Jacobson, Waldron, & Moore, 1980), 그러한 행동의 결정요인을 부정적으로 귀인하며(예: .. 2013. 10. 15.
Polaris - 空間 공간 공기와 사랑에 빠졌어요 공기와 사랑을공기 입자가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것 같아요 입자와 입자 사이에는 수북히스루루 라라라 가득 차있어요 I'm singing for you웃음도 떠오르고눈물 조차도아른거려요 하늘의 향기 너의 목소리로 뒤덮이면우리는 떠오르고바라보던 기억이 미소 지으며여행을 떠나요 시간과 사랑에 빠졌어요 시간과 사랑을시간의 방울과 방울의 사이에도 가득 I'm waiting for you웃음도 떠오르고눈물 조차도아른거려요 강의 향기 너의 목소리로 뒤덮이면우리는 떠오르고바라보던 기억이 미소 지으며여행을 떠나요 하늘의 향기 강의 향기 널리 퍼져 나가우리들머지 않아바라보던 기억이 미소 지으며여행을 떠나요여행을 떠나요여행을 떠나요 공기와 사랑에 빠졌어요 공기와 사랑을공기를 사랑하고 있어요 공기와.. 2013. 10. 13.
Polaris - 季節 @ TAICOCLUB'13 다음 달 공중캠프 내한 예정이다. 개도 고양이도 돼지도 인간도 모두가 평화롭게 춤출 수 있는 그루브. 2013. 10. 13.
Eluvium - New Animals From the Air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입 안에서의 질감도 중요하다고 하죠. 음악도 마찬가지. 멜로디나 가사가 맛에 해당한다면 소리의 색조나 몸 안에서 울릴 때의 감촉은 후자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앰비언트는 가사가 전혀 없고 얼핏 들으면 소음 같지만, 일정한 패턴 위에서 소리의 색조와 촉감을 점차적으로 변형시켜 나가면서 구조와 이야기를 만들어내죠. ㅎ 그게 앰비언트나 포스트락 등의 장르들이 가진 매력입니다. 2013. 10. 8.
강박성과 의존성 감별 강박성은 권위나 제도, 공식적인 규칙을 따르는 등 '제도적'으로 의존하고, 의존성은 주요 타인에게 '개인적'으로 의존한다. 출처: 밀론의 Disorders of Personality 10장 감별진단 부분. 2013. 10. 2.
이소라 - Track 8 다른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나의 노래방 애창곡. 불독맨션 이한철이 곡을 썼는데, Depressive한 이소라의 보컬은 이런 밝은 기운의 모던록 트랙에서도 빛을 발한다. 넬은 key가 너무 높은데, 그래도 애창곡. 20대 초중반 감수성이긴 한데 여전히 좋다. 가끔 흥얼거린다. 2013. 9. 29.
귀요미 (아가에게 생일을 묻는다.) 생일이 언제야? 12월 크리스마스요. 진짜? 네 (이후 어머니와의 면담) 어머니 생일이 크리스마스 맞아요? (웃으심) 지났는데 자기가 선물 받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나 봐요. 아.. ㅎㅎ 2013.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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