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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139

모던 팝 스토리 참고문헌과 인덱스 빼고 865페이지에 달하는 팝 역사서이다. 무겁기도 꽤나 무거워서 출퇴근할 때 들고 다니며 읽기 버겁다. 2017년 6월 5일에 샀다고 적혀 있는데, 아직도 다 못 읽었다. 678쪽까지 왔고, 블랙사바스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정말 방대한 팝 인명 사전이다. 블루스, 록, funk, 메탈, punk, 포스트펑크, 일렉트로니카, 소울 등 뉴욕과 런던을 중심으로 펼쳐진 팝의 연대기가 대략적인 시간 흐름에 따라 정리돼 있다. 그 가운데 정말 수많은 뮤지션이 언급된다. 시대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언급이라든지 이런 얘기는 거의 없다. 오로지 음악 얘기만으로 이렇게 백과사전을 써낸 인물이 누군가 하면 세인트 에띠엔이란 밴드의 멤버인 밥 스탠리이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중반에 음.. 2019. 1. 2.
상담 및 심리치료의 기본기법 상담 관련 교과서가 많은데 그 중 어떤 것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폭풍 블로그 검색하다가 어떤 상담심리사 선생님이 이 책을 추천한 글을 보게 돼 구매한 책입니다. 그 선생님이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은데요. 초보 상담자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답변이 실려 있습니다. 모두 저자의 실제 경험에 근거하기 때문에 저자가 하는 말이 귀에 잘 들어옵니다. --- 올해 3월부터 총 몇 회기나 제가 상담을 진행했는지 세어보니 80회기 정도 되더군요. 8명 정도 상담했는데 그 중 대부분이 예상치 못 한 시기에 조기종결(drop-out) 됐습니다. 부모와 라포 형성에 실패했다거나 주말에 힘들게 시간 빼서 오는 내담자에게 공감적으로 반응하는 데 실패했다거나 내담자가 거주지를.. 2018. 11. 11.
가족을 위로한다 / 오거스터스 네이피어. 칼 휘태커 우선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해 보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부갈등 때문에 정신과 내원한 남편에 대한 종합심리평가를 했는데 촘촘한 그물망을 썼음에도 걸리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걸리는 게 없다고 해서 이 사람은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없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제발로 정신과까지 찾아왔겠습니까. 머리를 이리 굴려보고 저리도 굴려보고 인터뷰 내용도 다시 여러번 정독하고 했으나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싶어 머리도 식힐 겸 부부갈등에 관해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부부 간의 역동에 관한 이론이 있는지 궁금해지더군요. 부부갈등 상황에서 남자는 보통 동굴로 도망간다고 하고, 여자는 동굴로 들어간 남자를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갈 기세로 쫓는다 하는데 이런 관계를 .. 2018. 2. 2.
호텔 / 조애나 월시 이혼을 결심한 여자가 있다. 아마도 호텔 리뷰를 하는 일이 직업인 것 같다. 집을 나와 호텔을 전전하며 남편과의 관계, 그 관계 안에서의 자기 처지를 생각한다. 여자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하고 있으나 약간의 우울과 약간의 무기력 약간의 체념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더이상 남편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후련함도 좀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와이프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 나가자니 다소 막막한 것 같기도 하다. 사회는 집을 떠나 거리로 나와 자기 존재를 외치는 여자들에 대해 냉랭하고 때로는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던가. 어려운 책이라 여기까지가 내가 이해한 전부다. 프로이트나 내가 알지 못하는 작가 혹은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 뒤섞이니 안 그래도 모호.. 2017. 12. 29.
온 더 무브 올리버 색스는 의사라는 테두리에 한정짓기에는 참 폭이 넓은 사람이다. 한때 뛰어난 보디빌더이기도 했고, 오토바이 덕후에 마약중독자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게이다. 온 더 무브는 480쪽이라는 분량 속에 그 넓은 폭을 압축해서 잘 담고 있다. 지금은 의학계뿐만 아니라 탁월한 문체로 문인들에게까지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지만, 주요 저작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지닌 것으로 평가 받는 은 발간 당시 주류 의학계의 철저한 외면을 받기도 한다. 당시 의학계의 패러다임과 상충하는 아이디어 및 근거를 제시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 무시로 상처 받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는 살아 생전에 , 을 비롯하여 훌륭한 저서를 많이 냈다. 이 저서들의 공통점은 임상적 관찰에 의한 병례사라는 것이다. 딱딱한 병례사가 아니.. 2017. 10. 10.
왜 잘 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나? 박사 논문을 대중서로 편집해서 낸 책이다. 왜 잘 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나? 돈이나 인맥을 비롯해서 사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많고 엄마가 적극적으로 아이 학업에 관여하니까 그런 거다 라고 상식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여기서 질문을 한 번 더 들어간다. 자원이 많은 것은 둘째치더라도 왜 잘 사는 집 엄마가 상대적으로 덜 잘 사는 집 엄마보다 적극적으로 아이 학업에 관여하는가 라고 질문한다. 계급에 따라 부모 관여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따지는 것이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계급 하락에 대한 위기감이, 계급적으로 낮은 위치에서보다 높은 위치에서 더 심하다. 이것이 동기가 되어 다음 세대에서도 최소한 현재 상태는 유지시키고자 아이 교육에 매진하게 된다.. 2017. 5. 1.
은유로서의 질병 "질병을 일종의 인과응보로 여기는 관념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암의 경우에 이런 관념이 기승을 부렸다. 암에 관한 한, 우리는 '투쟁'을 하거나 '성전'을 벌인다. 암은 '살인마' 같은 질병이며, 암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암의 희생양'이다. 표면적으로 이 질병은 범죄자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암 환자 또한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질병에 관한 심리학적 이론에 따르자면, 질병에 걸리는 것이나 질병을 극복하는 것이나 전부 불행한 환자에게 책임이 달려 있는 것이다. 또한, 암을 질병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악마 같은 적으로 취급하는 관습 때문에, 암은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라 수치스러운 질병이 되어버린다." 5쇄, 88쪽. 디스크가 오랫동안 잘못된 습관을 유지해온 결과라는 .. 2016. 6. 19.
백치(하) 하루 종일 머리 부여잡고 거의 다 읽었다. 500페이지쯤 되나.. 그리스도적인 주인공으로 인해 주변 인물들이 개과천선하게 된다는 그런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좋다. 오히려 주변 인물들의 말로는 하나 같이 좋지가 않다. 선한 영향을 받았던 사람도 결국에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 내지 못하고 미쉬낀을 만나기 전보다 더 안 좋게 돼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주인공은 끝까지 다른 사람에 대한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심지어 살인을 저지른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애쓴다. 주인공 미쉬낀과의 대조를 통해서 인간 본성의 이중성을 세심하게 부각시킨 것까진 좋았는데, 이런 위로를 보면서 이폴리뜨나 가냐가 그랬던 것처럼 미쉬낀에 대한 이질감을 많이 느꼈다,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 것은 신뿐이다.. 2016. 6. 8.
대성당 그 유명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읽어 봤다. 미국 단편문학의 정수,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등등의 수식어구가 붙는 작가가 레이먼드 카버이다. 10년도 더 전에 이 사람이 쓴 단편선을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블로그를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 사람 단편을 읽고 몇자 감상 적어 놓은 게 있어서 부끄럽지만 가져와 본다. 2004년 2월의 단문이다. "숏컷의 독특한 분위기는 아마도 작가의 문체와 상관이 있으리라. 작가는 가정의 파탄이나 불화 등을 주요 사건으로 배치할지언정 절대 일을 부각시키는 법이 없다. 그냥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마치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소한 일상인냥 대수롭지 않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운 일상의 사건은 이야기와는 별.. 2016. 4. 17.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DSM-5 같은 진단 체계는 양날의 검 같은 것이라, 치료진이 환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치료 방향을 잡는데 매우 유익한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환자를 라벨링하는 도구로 오용될 수 있는 여지도 다분하다. 환자의 삶이 지닌 구체성에서 멀어질수록 오용 가능성은 커지게 마련인데, 올리버 색스가 경계하는 것도 그런 부분인 것 같다. 이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그가 환자를 이해하기 위해,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그런 희귀병을 지닌 환자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많이 썼는지 느낄 수 있다. 환자가 지닌 병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은데,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환자가 살아가는 환경 속으로 들어가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임상가가 .. 201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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