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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139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아툴 가완디 "하지만 이곳이 우리 엄마가 원하는, 혹은 좋아하거나 필요로 하는 곳인가? 하고 생각하는 자녀는 드물어요. 그보다는 자신의 눈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지요. 자녀들은 스스로에게 이런 식으로 묻는다는 것이다. 이곳에 엄마를 맡겨도 내 마음이 편할까?" 어떻게 죽을 것인가, 168-169쪽. 병원이나 요양원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기상해서 약을 먹고 식사를 하고 취침해야 하는 그런 군대 같은 환경에서는 사생활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환경은 안전을 보장해 준다. 급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늘 곁에 있다는 것은 분명 자식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안전에 치중한 나머지 한 개인이 자기 삶의 마지막 페이지들을 써나갈 수 있게 돕.. 2016. 4. 9.
피에로들의 집 어제 빨책 가서 이 책에 대한 윤대녕 작가의 말을 생방으로 들었다. 그는 62년생이다. 작은삼촌뻘은 되는 나이인데, 내가 이해하기 힘든 말들을 진지하게 늘어놓았다. 예를 들어 '타인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다'와 같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말들에서 이질감이 생겼다. 한국문단에서 추앙받는 작가이자 동덕여대 교수인 것으로 아는데 그런 백그라운드 때문에라도 말의 진정성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내 귀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왜였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한 능력을 갖고 있는 데 대한 질투 때문일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진정성을 판단하기에는 이 작가가 살아온 삶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타인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다', '타인의 고통을 듣지 않고서는 관.. 2016. 4. 4.
체홉 체홉의 사랑에 관하여 라는 단편선을 읽었다. 다른 사람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시도는 대개 실패로 끝난다. 이 작품에 수록된 상자 속의 사나이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대부분은 저마다의 신념 안에서 살아간다. 그 신념은 그 사람의 인생 내내 형성돼 온 것이고 그 사람 인생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보호체계 같은 것이라 다른 사람의 영향으로 변화되기가 어렵다.(물론 정서적인 교감이 선행된다면 모르겠지만.) 비근한 예로 누구는 치약을 밑에서부터 짜서 쓰는데 누구는 그렇지 않다. 밑에서부터 짜서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밑에서부터 짜서 쓰라고 부탁하면 말을 들을까? 99.9%는 안 듣게 돼 있다. so 이 둘이 같이 살면 피곤해지는 거다. 밀란쿤데라 소설에 보면 이런 예가 한 가지 더 나온다. 결혼한 커플인데,.. 2016. 4. 2.
소설가의 일 완독 소설가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인 것 같다. 주인공이라든지 등장 인물 각각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소설은 쓸 수가 없을 것이다. 아빠로부터 새엄마를 처음 소개 받게 된 중2 남학생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미국에서 1년째 힘들게 유학 중인데 한국에 있는 남자친구로부터 카톡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20대 중반 여자의 감정은 어떤 것일까? 이런 것에 대한 질문을 얻으려면 당사자 입장이 돼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김연수는 그 사람 입장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만 있다고 얘기한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공감 아닐지. 근데 이런 공감적 태도가 성립하려면 상상력이 풍부해야 하는 것 같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도 경험한 것처럼 느끼려.. 2016. 1. 25.
성공적 삶의 심리학: 정신건강이란 무엇인가 원제가 Adaptation to Life다.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이라는 제목보다는 정신건강이란 무엇인가 라는 부제가 이 책을 더 잘 설명하고 있다. 정신건강이라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 한 사람의 적응 양식은 긴 시간에 걸쳐 대개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결정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까다로운 면이 있다. 이런 어려움을 이 책의 저자는 전향적 연구를 통해 다소간 해결하고 있다. 표본으로 선택된 사람들을 특정 시점마다 서베이해서 인생 경로와 주요 환경 변화 및 대처 방식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방식으로 무의식적인 적응 양식이 한 개인의 인생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 식이다. 무의식적인 적응 양식은 다른 말로 하면 방어기제인데,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긴 하지만 대체.. 2015. 2. 20.
삶이란 무엇인가 / 수전 울프 이 글이 올라가는 카테고리 타이틀과 동일하게 삶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는 책인데, 서점 갔다가 재미있어 보여서 업어 왔으나 좀 실망이다. 저자는 삶의 의미가 어떤 대상이나 일에 대한 성취감일 뿐만 아니라 그 성취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의미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면 당연히 그 의미 있고 없음의 객관적 기준을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문제로 떠오르게 마련인데, 공론을 통해서 업데이트 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얼버무리고 있다. "그 누구도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위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 질문 자체에 대해, 어느 정도 합리적,부분적,잠정적,일시적인 대답을 제시하려는 시도에 대해 타당성과 일관성을 의심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84쪽) 참 세련되게 잘 빠져나간다. 서두.. 2014. 10. 10.
동물농장 1984와 카탈로니아 찬가 모두 재미있게 본 소설인데 배라톤의 서예동방에 동물농장이 꽂혀 있길래 단숨에 다 읽었다. 조지 오웰의 간결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소설의 전개는 딱 내 스타일이다. 이 소설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소련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적 예언을 담고 있다. 스탈린을 대변하는 돼지 나폴레옹은 간교한 계략으로 다른 동물들의 압제자가 되는데 이 돼지 녀석이 두 발로 서서 등장하는 장면은 꽤 쇼킹했다. 처음에 나폴레옹이 외친 슬로건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였는데 동물농장이 나폴레옹 일인독재로 변질되면서 슬로건이 다음과 같이 바뀐다.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 보다 더 평등하다." 돼지 나폴레옹은 자본주의의 권력층을 상징하는 인간들과 상거래까지 하며 탐욕을 만천하에 드러낸다. 공산주의가 계획경제체제로.. 2013. 2. 10.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다독보다 한 권을 읽더라도 여러 번 읽는 것이 유익하다는 배라톤의 철학에 따라 두 번 이상 읽기를 실행하고 있다. 20살 이후로 많은 책을 읽어 왔으나 그것들 중 어느 하나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학부 때 몇몇 사람들과 반 년 이상 철학스터디를 하였으나 역시나 머리 속에 뭐가 남은 건지 도대체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배라톤의 철학을 따르기로 한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그 첫 번째 타깃이 소립자였고 두 번째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리고 세 번째가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다. 그 중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가 오늘 내 머리 속을 사로잡았다. 이 소설은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 2013. 1. 21.
플랫폼 / 미셸 우엘벡 맨날 저널 혹은 전공 서적들만 보는 게 지겨워서 세 달 전에 빌렸던 소설인데 이제서야 다 읽었다. 섹스 얘기만 줄창하다가 소설이 끝나 버렸다. 미셸 우엘벡 소설이 이걸로 세 권째인데.. 대체로 이런 식이다. 뭔가 꽤 사실적이라 전혀 에로틱하지 않은 섹스 얘기들, 거기서 풍기는 어떤 공허감이 이 작가의 매력인 것 같다. 나는 대체적으로 삶을 긍정하려고 노력하고 또 그만큼 치열하게 살지만 마음 한켠에는 어떤 무망감(?)이랄 만한 게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 우엘벡은 나의 그런 부분을 공명시킨다. 가령 다음과 같은 구절들. "사랑의 삶이 끝나면, 삶 전체는 약간은 관례적이고 강요된 무엇인가를 얻게 된다. 사람들은 인간적 형식과 습관적인 행동들, 일종의 구조를 유지하지만, 그러나 마음은 사람들 말마따나 이제 그곳에.. 201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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