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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139

Cognitive Therapy of Depression / Aaron T. Beck, A. John Rush, Brian F. Shaw, Gary Emery 초판이 1979년에 나왔으니 거의 40년 전 책입니다. 인지치료에 대해서 가장 많이 듣고 배우지만 인지치료의 시행을 직접적으로 배우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인 저조차도 마음사랑인지행동치료센터나 메타 같은 곳 말고는 딱히 인지치료를 배울 수 있는 기관이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죠. 사실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적은 것은 인지치료 자체가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객관적인 사고 및 행동 데이터에 근거하여 사고의 조망을 넓히고 대안 행동을 모색한다는 것이 인지치료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인은 일반적으로 사고보다는 정서적으로 접근할 때 더 치료 효과가 잘 나는 민족적/문화적 특수성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미국인과 사고방식도 다를 것이고요. 이런 차이점 .. 2021. 2. 2.
메모 습관의 힘 / 신정철 응용화학 전공 후 기업에서 일하다가 상담에 매료되어 사이버대학에서 상담을 공부한 약력이 흥미롭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책을 읽고 행동 변화가 실제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메모를 당장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안 쓰던 노트를 꺼내 메모를 시작했습니다. 0.38 삼색 볼펜도 하나 마련했고요. 저자는 메모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설득력 있게 전합니다. 메모가 메모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연결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생시키는 산실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메모를 통해서 지식을 수동적으로 접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재가공하는 능력이 발달한다는 것이죠. 메모할 수 있는 디지털 앱이 많고 개인 SNS도 훌륭한 메.. 2021. 2. 1.
치매와 싸우지 마세요 / 나가오 가즈히로, 곤도 마코토 "치매를 '예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치매에 걸려도 괜찮은 곳을 만드는 것, 즉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치매를 올바르게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치매와 싸우기 전에 먼저 환자 그 사람을 알 것,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대응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읽으면서(아니 오디오북으로 들었으니 들으면서)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 생각들을 상세히 적어 내려가는 건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요점 몇 가지만 적습니다. 이 책은 치매 환자를 많이 보는 마을 의사와 역시나 치매 환자에 대한 국가적 서비스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서신을 주고 받는다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볍게 읽겠다고 집어 든 책인데 전혀 가벼운 내용이 아니네요. 치매를 둘러싼 의료적 노력과 가족.. 2021. 1. 25.
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 / 크리스티나 워드케 책의 처음부터 절반 정도까지를 벤처 기업의 시작과 안정화를 보여주는 픽션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꽤나 생생해서 실제 있었던 일을 조금 각색한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픽션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도대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언제 나오는 건지 지루하게 책장을 넘기는 느낌이었습니다. OKR은 여러분이 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구체적 목표(object)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핵심 결과(key results)를 서너 개 정해서 매 분기마다 사력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대충 5 정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면 10을 핵심 결과로 삼으라 합니다. 핵심 결과치를 매우 높게 잡기 때문에 그 결과치를 달.. 2021. 1. 13.
한낮의 우울 / 앤드류 솔로몬 이 책은 기대가 너무 컸는지 감흥이 반감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주석 빼고 총 652쪽인데 분량이 상당하여 처음과 같은 리듬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는 것도 개인적인 이 책의 단점입니다. 그럼에도 12개의 장 중에 특히 마음 가는 챕터 위주로 설명해 보자면, 문학적인 텍스트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1장에서 슬픔과 우울을 상징과 비유를 통해 깊이 있게 그려내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울증 환자를 많이 보지만 1장과 2장을 통해 그간 제가 알던 우울과 환자 개개인이 경험하는 우울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던 것인지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됩니다. 개인의 내적 경험은 교과서나 검사 지표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범위를 역시나 넘어가기 때문에 환자를 이해한다고 생각했을 때 환자를 이해하지 못했.. 2021. 1. 6.
단단한 영어공부 / 김성우 정확한 제목은 단단한 영어공부, 내 삶을 위한 외국어 학습의 기본 입니다. 기존에 제가 생각하던 언어학습의 기조와 너무 일치하는 책이라 단숨에 읽었고 애석하게도 그만큼 내용이 빨리 잊혀졌습니다. 그래도 제가 상식으로 알고 있던 부분과 배치되는 두 대목이 있어 그 부분을 기억하려고 이 포스팅을 합니다. 첫째, 저자는 3장에서 인풋 중심의 영어공부가 갖는 한계를 지적하고 다른 방향을 알려줍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크라센이라는 학자가 인풋을 강조할 때, 이해가능한 인풋이 늘어날수록 다음 단계로의 점진적인 도약이 가능하다는 그런 비고츠키적인 배경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풋 만큼이나 인풋이 발생하는 정서적 측면도 중시한 것 같습니다. 동기 수준이 높고 자신감이 있으며 불안하지 않을 때 인풋을 더 .. 2020. 12. 31.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 오은영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올해 제가 읽은 50권 남짓한 책 중에서 별 다섯 개 만점을 준 세 책 중 하나입니다. 첫째가 태어나고 많은 변화가 있었고 꽤 적응했다고 생각했을 때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첫째 때 경험한 게 둘째 때 겪게 될 어려움을 완충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오은영 말대로 둘째는 둘째 나름의 고충이 있고, 경험을 통해서 완숙해진다기보다 모든 셋팅이 초기화되면서 다시 한 번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는 꽤나 괴로운 것이었습니다. 육아가 힘들다는 것은 다들 아는 것이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경험은 별개의 차원입니다. 집에 6시 반이면 도착하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평일에는 대략 4-5시간 정도이고 주말에는 내내 같이 있습니다. 1년 365일 같이 .. 2020. 12. 28.
더 시스템 / 스콧 애덤스 제목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내용은 책의 후반 20% 정도고, 저자 개인의 삶에서 체득한 행복한 삶의 비결에 관한 두서없는 내용들이 나머지 80%를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긍정 선언"에 관한 내용은 저자의 삶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개념인지 책의 곳곳에서 강조되는 느낌인데, 자기충족적 예언에 관한 얘기를 뭐 이리 장황하게 얘기하나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제목에 낚인 느낌이 강하지만, 저 또한 목표보다는 과정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는 루틴이나 시스템에 더 관심이 있는지라 이에 관한 내용만으로도 이 책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장기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지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뿐이다." 인생은 하루하루의 습관이 모인 결과라고 생각하는 제.. 2020. 12. 27.
2020년 하반기 책 결산 생각에 관한 생각: 저자들도 말하고 있지만, 인지적 편향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다니 인간은 왜 이리도 어리석은가! 라고 통탄한다면 책을 읽지 않았거나 책을 잘못 읽은 것입니다. 인간이 지닌 편향이 때로는 효율적으로 때로는 역기능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적'이란 말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만든 책이에요. 여러 인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조건하에서 '이만하면 대체로 잘 기능하고 있는 인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다른 어딘가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장애에 대한 저의 생각이 역시나 협소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책이고, 상담에.. 2020. 12. 22.
대상관계이론 입문 / Lavinia Gomez 입문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책입니다. 대상관계이론 자체가 어려운 것인지 저자가 책을 어렵게 쓴 것인지 둘 다인지 혹은 제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말이죠. "우리는 잠정적으로 파괴성은 사람이 자신의 바깥에는 존재하는 세상이 없다는 잘못된 시각에서 발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현상이 우연적인 것인지, 아니면 계획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348쪽) 맥락에서 저 문장만 분리해서 가져 왔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마는 전체 맥락을 놓고 봐도 잘 이해되지 않는 문장입니다. 김창대/김진숙 교수님이 역자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번역의 문제라고 볼 여지는 매우 적습니다...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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