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하루하루/일상275 Inside Llewyn Davis: 가난한 예술가의 초상 학습평가 끝나고 서울극장 가서 이 영화 봤다. 음악을 하려면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함을 곤궁한 르윈의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르윈처럼 음악을 포기할 수 없지만 돈벌이를 못해서 하루 잘 곳도 마땅치 않은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코엔 형제의 송가랄까. 음악이 너무 좋아서 몇평 안 되는 눅눅한 지하 월세방에서 삼시세끼 라면만 먹고 살아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최소한 내 경우에 그렇게 음악하면 결국엔 음악, 더 나아가 삶 전체를 싫어하게 될 것 같다. 음악을 원하지만 좋아하진 않는 삶이랄까. 그런 상황에서 음악이란 건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드는 마약이 될 뿐이다. 정말 처절하게 가난한 르윈이 음악을 접고 배를 타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은 웃기면서도 슬프다. 음악을.. 2014. 2. 9.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서 발췌 외로움을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을 너무 거창하고 형이상학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랑은 궁금증과 관심에서 시작한다. (...) 정신과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대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기애가 지나친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사랑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증거는 주변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자기가 아닌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자기 정서를 표현하며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면, 이미 이 환자는 사랑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므로 이제 그만 퇴원해도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30-31쪽. 사랑에 대한 간명한 정의와 정신과 환자들의 공통된 어려움에 대한 통찰에 무릎을 쳤다.저자는 이근후. 하나의학사에서 나오는 정신의학 교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 2014. 2. 3. 토요일 - 스트라이크백 시즌 3을 다 봤다. 미드 챙겨보는 건 처음인데, 보기가 아까울 정도로 잼있다. 그리고 주인공 스톤브리지(사진 왼쪽)의 몸매는 내 헬스라이프의 최종 목표다. 저 탄탄한 어깨와 갑빠를 보라. 감탄이 절로 나오는 거다. ㅎ - 하루 종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서 총 세 권으로 나왔는데, 가장 분량 많은 1권을 다 읽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책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처음 읽을 때는 복잡한 러시아 이름들 사이에서 헤매는 가운데 내용 이해하느라 바빠서 재미가 없다. 이번엔 가볍게 읽고 한 번 더 읽어야겠다.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무신론자인 이반의 웅변이 인상적이다. 신이 있다고 믿지만 무고한 어린이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아이들.. 2014. 1. 4. 책 - 한 사람의 인생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두꺼운 책이다. 그 책을 다 읽는 건 불가능하지만 목차 정도는 훑어볼 수 있다. 하지만 목차를 읽었다고 해서 그 책을 다 읽은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되는데, 늘 그런 우를 범하고 사는 게 인간이다. 더욱이 그 목차라는 것도 챕터라기보다 섹션에 가깝다. 전체를 왜곡시킬 수도 있는 세부적인 것들. 가령 키가 몇이고 학교는 어딜 나왔고.. 집이 어디에 있고 등등. 내가 보고 있는 건 목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 한켠에 되새긴다면 비판단적으로 상대방을 대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상대방이 책이라고 상상하고, 그 책 안에 어떤 사건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 보는 것. Q & A 기능도 갖춘 책이라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알려주기도 하니 얼.. 2013. 11. 29. Polaris @ 공중캠프(2013.11.23) 오프닝은 속옷 밴드였는데 역시 클래스가 다른 고품격 포스트락을 들려줬다. 멕시코행 고속열차도 해주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드럼 치는 정지완씨 얼굴만 살짝 보이는 정도였지만 덕분에 귀가 호강했다. 오프닝이 너무 화려하면 안 되는데 그런 점에서 다소 예의가 없는 오프닝이었달까. 오프닝이 끝나고 사람들이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거나 화장실 가러 나간 사이 앞자리를 선점했다. 폴라리스 공연은 9시를 조금 넘겨 시작했는데 공중캠프 협소한 공간이 꽉꽉 들어차서 반팔만 입고 다 탈의했음에도 땀이 날 정도로 후덥지근했다. 공연 멤버를 보면, 클램본에서 기타와 건반을 치는 미토와 드럼 치는 이토 다이스케가 세션으로 참여했고 이 때문인지 오오야와 카시와바라가 자신을 클램본의 멤버로 소개하기도 했다. 공연은 계절을 .. 2013. 11. 25. GRAVITY 이 영화는 재난영화라기보다 메타포로 읽혔다. 관계에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내면으로 침잠한 어떤 사람에 관한 비유랄까.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은 산드라 블록이 유영하던 우주는 너무나 깊고 깊어서 다른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내면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 곳은 완벽하게 외부 현실과 차단돼 있고 상처를 줄 사람도 상처 받을 사람도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 하지만 공허했고 어떤 생명력도 없는 무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대인관계 경험들과 자기패배적인 사고는 종종 이런 공간에까지 침습해 온다. 1시간 반이라는 시간 간격을 두고 맞닥뜨리게 되는 인공위성의 무수한 파편들 말이다. 이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산드라 블록의 노력은 처절하기도 했지만 어떤 비극보다도 슬펐다. 세상과도 또.. 2013. 10. 27. 귀요미 (아가에게 생일을 묻는다.) 생일이 언제야? 12월 크리스마스요. 진짜? 네 (이후 어머니와의 면담) 어머니 생일이 크리스마스 맞아요? (웃으심) 지났는데 자기가 선물 받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나 봐요. 아.. ㅎㅎ 2013. 9. 27. 일요일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 (허연, 「일요일」중에서) 2013. 9. 16. 나에게서 온 편지(원제: 무릎을 스치는 바람) 콜레르(사진 왼편)는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콜레르가 자신의 딸인 라셸에게 보이는 관심은 매우 크다. 어머니한테 못 받은 사랑을 딸에게 헌신하며 대리적으로 충족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하지만 그 방식에 문제가 있다. 이를 테면 딸의 생일 선물로 가난한 아프리카 땅의 아이들에게 기부할 수 있는 서류를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채 자기식의 사랑과 관심을 쏟는다. 이로 인한 라셸의 실망감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인데, 설상가상으로 라셸의 아버지 미셸은 "너만한 나이에 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맨발로 탈출했었다"며 아이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을 냉정하게 거절해 버린다. 이 정도면 정서적으로 유기된 거나 다름 없다. 이런 문제는.. 2013. 9. 10. 일대종사 이십대 초중반에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모두 어둠의 경로를 통해 봤다. 그리고 나도 왕가위의 팬이 됐다. 팬으로서 신작이 개봉했는데 또다시 어둠의 경로를 통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았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영화에 빠져 들었다. 화려하기도 하고 노스탤지어를 자아내기도 하는 왕가위의 영상 미학에 2시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한치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줄거리는 매우 엉성했지만, 이 영화는 줄거리보다 장면 한 컷 한 컷이 그 자체로 작품인 그런 영화였다. 아름답고 애틋했다. 양조위의 선하면서 강인한 눈매도 매력적이었고, 장쯔이라는 배우가 왜 유명한지도 알 수 있었다. 잠깐 나왔지만 송혜교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송혜교는 갈수록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 시네큐브나 필.. 2013. 8. 31.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2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