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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275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쓴 일본 근대문학인데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 군상을 위트 있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십대 초반에 읽어서 재미있었다는 것 이외에는 별 기억이 없으나,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각색돼 공연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예매해서 오늘 보고 왔다. 대학로 여느 소극장이 그렇듯이 내가 간 곳도 객석이 40석이 채 안 될 것 같은 작은 공연장이었다. 유료 관객 수가 10명이나 됐을까 싶었는데, 그런 적은 관객 앞에서도 네 배우는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 배우들이 몰입하니까 관객인 나도 덩달아 몰입하게 돼서 1시간 30분 남짓한 공연 시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또 연극을 위해 작곡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배우들의 노래와 잘 어울렸고 곡 그 자체로도 상당히 좋았다. 음악까지 좋을 .. 2014. 8. 16.
주시 "우리는 대상을 주시하며 사랑을 강화한다. 사랑받는 대상은 그 주시의 눈빛과 몸짓 때문에 처음에는 황홀하다. 그렇지만 일정 정도 진행된 후의 사랑에서, 주시만큼 거추장스럽고 피곤한 것은 없다. 사랑이 완전하게 소멸하고 난 후의 주시는, 끔찍한 올가미로 바뀐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방법으로 주시했던 것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방법으로 주시해도 불평하지 않고 늘 아름다운 것은 '풍경'밖에 없다. 나무와 강과 바다와 하늘 같은, 늘 같은 자리에서 소리 내어 반응하지 않는 존재들만이 주시를 견딘다." 마음사전, 175쪽. 2014. 7. 14.
일기 필터를 뭘 잘못 만졌는지 사진에 다 특수효과가.. 여긴 연남동 어느 골목에 위치한 ASSISI란 작은 레스토랑이다.맛만 놓고 보면 메지시앵 드 오즈보다 더 맛있다. 눅눅한 식전 빵은 정말 못 먹을 수준이었지만 스테이크가 내 입맛에 잘 맞았다.가격은 두 사람이 런치 세트 하나, 스테이크 하나 시켰음에도 5만 원이 채 안 나왔다.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놔서 쾌적하게 얘기 나누기 좋았다. 다만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 테이블 간 간격이 매우 좁은 게 흠이었다.이것만 빼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 밥 먹고 차 마시러 간 르낫농도 좋았다.한낮 뙤약볕에 ASSISI에서부터 10~15분쯤 걸어서 도착한 곳이었는데 테이블이 세 개밖에 없어서 여기도 장소는 좀 협소했다.하지만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파티시에가 만든 케잌이 .. 2014. 7. 6.
메지시엥 드 오즈 역시 발로 찍어도 잘 나오는 디카. 흡족함. 어제 서래마을 외각에 위치한 메지시엥 드 오즈라는 레스토랑에서 지도교수님과 저녁을 먹었다. 동기가 작년과 올해 스승의 날 모두 참석을 못한 관계로 자리를 따로 한 번 마련하자고 해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원래 앙티브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괜찮다고 해서 거기로 예약하려고 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화를 안 받는 통에 이 장소를 정하게 됐다. 이 레스토랑은 앙티브에 비해 비교적 대로변에 있어서 찾기 수월했다. 음식은 디너 코스로 먹었는데 1인 64000원 정도 나왔다. 파스타나 스테이크 맛은 좋았는데 눅눅한 여름 날씨에 에어컨을 안 틀어서 더위를 잘 타는 내겐 아주 별로였다. 더욱이 통유리로 된 천장에 소나기가 내리치자 그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얘기를 나누기 힘들.. 2014. 7. 3.
광화문 탱구리 우동 초밥 새로 산 디카 개시해 본다. 소니 RX100 사용자들의 한결같은 평처럼 정말 발로 찍어도 왠만큼 나오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32기가 메모리카드까지 포함해서 중고로 43만 원에 샀는데, 돈이 안 아까운 카메라다. 너와 함께라면 이제 어디라도 두렵지 않아. 못생긴 내 친구들부터 많이 찍어주려고 한다. 이 사진기가 자동 보정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 Don't be afraid. ㅎ 참고로 탱구리 우동 초밥은 블로거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광화문 우동집인데 삿뽀로, 하이네켄 등 맥주도 맛있다. 가격이 비싼 건 좀 흠인데, 광화문에 갈 만한 맥주집이 딱히 없는 것을 고려하면 추천할 만하다. 2014. 6. 30.
낮비 우연찮게 낮비라는 만화책을 접하게 됐다. 완결까지 여섯 권밖에 안 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몰입도가 있었다. 이 만화에는 세 가지 캐릭터가 등장한다 오카다, 안도, 모리타. 오카다는 25살 정도 됐는에 모태솔로에 친구도 없고 빌딩청소일을 한다. 오카다가 바라는 것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애인도 만들고 닭살 짓도 하고 뭐 그런 거다. 그런 오카다에게 안도라는 친구가 생긴다. 안도는 오카다와 같이 빌딩청소일을 하는데 안도가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진 다른 사람과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생활을 해 온 31살 모태솔로다. 이 안도라는 캐릭터는 만나는 여자마다 다 들이대다가 제풀에 지쳐 여자를 멀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하고.. 좌우지간 아주 좌충우돌 순진남이다. 이 만화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건 모리타의 얘기다... 2014. 6. 8.
Her her 설치 중 나름의 인격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다는 독특한(기이한?) 설정이다. 개봉 전부터 기대를 엄청 하고 있었고 바로 어제 아트나인 가서 봤는데 기대만큼이나 재미있었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 자신과는 다른 상대방의 어떤 부분들에 대해 관대해지게 마련이다. 오히려 그런 차이에 끌리는 게 다반사다. 이런 행동이 상대로부터 관심 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은 바람에서 비롯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호르몬 폭풍으로 인한 insane period가 지나가고 나면 점점 자신과 상대방의 다른 면이 부각되고, 그 때부터 갈등이 생기게 된다. 대화를 통해 이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커플도 있을 테고, 매일 치고 박고 싸워도 답 안 나오.. 2014. 5. 26.
천주정 / 지아장커 지아장커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이십대 초중반 무렵에 접한 감독인데 1970년생으로 젊은 축에 속하지만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학 동기들과의 주말 산행 스케줄이 어긋나 버려서 그 중 취향이 가장 잘 맞는 배라톤의 제안으로 둘이 이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는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데, 네 개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주제는 중국의 현대와 가난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중국은 마치 우리나라의 70년대부터 현재까지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현재를 살지만 돈이 없는 천주정의 주인공들은 가난한 과거를 살아간다. 시골 탄광이든 향락업소든 공장이든 노동자들의 희망 없는 잿빛 삶은 동일하고 돈 앞에서 인간의 존엄이란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 2014. 3. 30.
일기 1 공문서 볼 때면 시각 주의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 같다. 뭔가를 잘못 적어 냈는데 다행히 서류 다시 보내라고 해서 안도의 한숨.. 아침부터 안절부절 어리바리모드. 2 왜 살지,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 등등의 답 없는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인데 어제 죽음의 수용소 읽으면서 삶의 의미는 포괄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매순간 주어지는 상황에 어떤 태도로 응답하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는 관점이 꽤 신선했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때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포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이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우리에게 던져준 과제가 현실적이고 구.. 2014. 2. 28.
밀란 쿤데라와 미셸 우엘벡 우스운 사랑들은 단편 모음집인데 밀란 쿤데라 책 중에서도 꽤 재미없는 축에 속한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 없어도 밀란 쿤데라의 문체는 매력적이다. 특히 고결한 정신이 육체의 결핍과 갈망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사랑씬들이 좋다. 이 작가의 소설을 관통하는 테마를 꼽으라면 불멸과 즉시적인 것의 대비랄까. 밀란 쿤데라는 둘 간의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맞추고 있지만 여기서 즉시적인 것(가령 섹스)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미셸 우엘벡에 다다른다. 그가 희열이라기보다 창백한 슬픔에 가까운 어조로 그려내는 사실주의적인 섹스씬은 인간 외로움의 탁월한 묘사다. 201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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