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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269

Rust and Bone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마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테파니와 알리의 사랑 얘기다. 근데 스테파니는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잃은 여자고 알리는 변변한 직업도 없는 무명의 운동선수인데다 아들도 있다. 두 남녀가 어떻게 불이 붙게 될까. 이 영화는 별 대사도 없이 그 과정을 개연성 있게 담아 내고 있는데, 알리가 워낙 가식이 없고 본능(특히 성본능)에 충실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스테파니처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여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한편 여전히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스테파니의 말에 테스트해 보자, 해보면 '직빵'으로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던 알리도 이미 스테파니와 여러번 만난 후인 그 시점에서는 스테파니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 2013. 5. 12.
김애란 김애란 소설을 읽고 있으면 아.. 이건 내 얘긴데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된다. 직접 가난을 겪어보지 않고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왠지 본인이 다 경험해 본 얘기들을 그냥 써 내려가는 거 같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아무튼 탁월한 소설가임에 분명하다. 샤워기를 틀자 쏴아-하고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린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순간은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도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 샤워기 아래서 그것을 아주 사실적이고 감각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 2013. 4. 12.
빈 틈이 있어야 빛이 들어올 수 있다는 레너드 코헨의 가사를 매일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 인간은 완전할 수 없다. 신 이외의 그 누구도 완전할 수 없다. 다만 불완전함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가운데 완전함을 추구해 나갈 뿐이다. 인간이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기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은 것 같다. 2013. 3. 19.
아버지를 위한 노래 - 작년에 시네큐브에서 개봉했던 영화인데 어떻게 이번에 시간이 맞아서 아트시네마 가서 보고 왔다. - 불쾌한 기분이 오랫 동안 지속되어서 일종의 성격이 되어 버린 듯 다소 무기력하고 침울한 '과거의 록스타'를 연기한 숀펜의 연기가 좋았다는 게 이 영화의 최대 메리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독의 이름보다는 숀펜의 이름을 보고 영화를 찾았을 것이고 숀펜의 연기에 엄지 손가락을 올렸을 것이다. - 마지막 장면에서 숀펜이 여행을 마치고 제 나이에 맞는 얼굴로 돌아 왔을 때,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뭔가 현실감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위에 보이는 바와 같이 큐어의 로버트 스미스 코스프레 자체가 꽤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나 보다. - 아버지에게 사랑 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에 사로 잡혀서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 2013. 3. 16.
<제대로 해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건가요?> ‘실수해도 괜찮아. 그렇게 커가는 거야.그 과정을 통해 네가 성장하는 거야.’ http://www.imbc.com/broad/radio/fm/mindcenter/notice/index.html?list_id=6484885 - 서천석 - 서천석 선생님은 소아정신과 의사이다. 얼마나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아야 서천석 선생님처럼 쉬운 말로 간명하게 인간심리를 풀어낼 수 있을까.마음연구소의 칼럼들은 다이아몬드 같다.책 발간하시면 싸인 받으러 가야지. 2013. 2. 22.
자문 내가 뭘 공부했고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아는 사람들은 내게 이것저것 묻는다. 이거 심각한 거 아냐?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냐? 그 사람 성격장애 있는 거 아냐? 이거 인터넷 보니까 원인이 어렸을 때 부모 사랑 못 받아서 그런 거라던데 맞아? (이 대목에서 나는 전문가들이 왜 인터넷 정보를 불신하는지 이해했다. 말 자체는 틀린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그 말이 위치한 맥락이 없는 공허한 정보이기 때문에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표준적인 대답들은 대충 다음과 같다. 밥 벌어 먹고 살고 있지? 그럼 이상한 거 아냐. 성격장애? 그거 다 조금씩 있는 거지 뭐. 한 가지 원인일 수 있지. 근데 여러 원인들 중 하나일 뿐이야. 흔히 이런 것도 묻는다. 솔루션 없어? 솔루션? 힘들면 돈 내고 상담 받아보는 것도.. 2013. 2. 1.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기 도서관 탐방을 하고 있다. 월요일에는 정독도서관, 화요일에는 강서도서관, 수요일에는 종로도서관.. 재수할 때 한 곳에서만 공부하는 게 지겨워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곤 했었는데, 이렇게 여유롭게 다시 그 곳들을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그 중 종로도서관에 전시되어 있던 중2 아이들의 문장들이 하나하나 인상적이었다. 아래 문장들에서 글을 쓴 아이의 마음이 조금 보일 것만 같다. 경쟁의 틀이 내 눈엔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으로 보인다. 그걸 벗어나서도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이 아이에게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아이야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서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거든 내게도 좀 알려주게나. 나도 그런 것을 찾고 있단다. 2013. 1. 17.
생명력 정독도서관에 있는 300년 된 나무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새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었는데 사진상으로는 식별이 안 돼서 아쉽다. 2013. 1. 17.
인연 대학원 입시 준비할 때 우연히 네이버 블로그에서 임상심리전공 대학원생을 온라인상으로나마 컨택할 수 있었다. 그 분은 내게 실제적인 정보들을 알려 주셨고, 같이 대학원 스터디 준비했던 분이 합격한 대학교의 임상심리랩에 속한 분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어떻게 인연이 닿아서 실제로 만나 뵙기도 했다.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학회에서도 볼 때마다 인사 드리고 하던 분인데, 현재 내가 붙은 병원에 최종면접자 중 한 명으로 선발되어 오셨더라.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초조하게 앉아 있었는데 낯익은 분이 와서 설마 했더니 내가 아는 그 분이었다. 그 분 얼굴을 본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일단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최종면접자로 선발된 세 명이 동시적으로 수퍼바이저 선생님과 정신과 전문의이신 수련부장님 앞에서.. 2013. 1. 13.
아무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그려내는 영화들을 이십대 초반부터 선호했고 또 많이 보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영화가 그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카엘 하네케나 다르덴이나 허우샤오시엔이나 왠지 거기서 거기 같은. 반면 배라톤은 이 영화에 상당히 몰입이 되었던가 보다. 내가 자꾸 영화를 도식화시키려 한다고 쏘더라. 배라톤에게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고 난 있긴 하지만 아주 어렸을 적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차이가 있는데 이런 점에서 영화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랐던 것 같다. 내게 이 영화는 그냥 칸느, 베를린 뭐 이런 스타일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아무리 남들이 호평하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삶과 연결점이 없으면 그냥 '예술'일 뿐이구나를 실감했다. 201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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