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하루하루/일상275 하차 혼자서 하는 거 말고 누군가와 같이 하는 취미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그리고 관념지향적인 삶에서 한 번 탈피해 보겠다고 야심차게 스윙댄스를 배우러 갔으나 너무 뻘쭘해서 첫 레슨이 끝나고 윗 기수들 공연하는 거 좀 보다가 3시간만에 나왔다. 몸치여서 동작 따라 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배불뚝이 선생이 너무 쉽게 쉽게 진도를 나가서 그것도 좀 짜증났다. 하지만 뭐 따라 하는 사람이 더 많았으니 선생 탓이라기보다 내 성향이 그런 외향적인 일에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아야 해서 불편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 같다.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어설프게나마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삶의 즐거움들은 대개 누군가와 공유하는 시간들에서 나오는데, 나처럼 내향적인 성격은 이런 데서 많은 어려움이.. 2013. 8. 4. 안산밸리락페스티벌 결론부터 말하면 진짜 행복한 경험이었다. 안산역에 내려서 에어컨도 안 나오는 콩나물 버스를 40분 정도 타고 갈 때부터 돈주고 사서 고생하는 맛이 있었고, 밴드 아침을 시작으로 낮 1시부터 다음 날 저녁 4시까지 달렸는데도 하나도 안 피곤했다. 디어 클라우드는 신곡 위주로 해서 떼창의 기회가 없었지만, 나인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드넓은 공연장을 수놓는 광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넬! 넬의 백색왜성과 믿어선 안 될 말, 이 두 곡을 라이브로 들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신곡들은 솔직히 귀에 안 들어왔다. 비가 오다말다 했는데 습한 날씨에 땅도 거의 뻘 수준이었다. 공연 보고 있으면 막 서 있던 자리가 움푹 패여..; 사진에는 되게 양호하게 나왔는데, 나중에는 군화 전체가 진흙으로 뒤덮였다. 누군가가 버.. 2013. 7. 29. 죄와 벌을 읽다가.. 고리대금업 하는 노파 하나를 죽이면 만인이 행복하다. 이성을 신봉하고 공리주의로 무장된 라스콜니코바가 도끼로 노파의 정수리를 찍어 버린 표면적인 이유는 이런 것이었다. 1800년대는 계몽주의가 지배하던 시대니 이해할 법도 하다. 이성이 신으로부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한 이후로 가치의 기준점은 '보다 많은 사람의 행복'으로 전환됐는데, 이 행복이란 것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하려 해도 결국 개인의 쾌/불쾌에 따른 것으로서 홉스식의 약육강식 논리를 토대로 했고, 보다 많은 사람의 행복이 아니라 저마다의 욕망과 쾌락이 최우선인 그런 행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딴 얘기지만 이게 자본주의의 논리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이성적이었던 라스콜니코바가 살인을 하게 되는 과정을 나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 2013. 7. 1. 어깨에 힘 빼기 2003년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으로 이글루스로 갔다가 2006년인가 여기로 이사와서 2009년까지 일기를 꽤 썼다(물론 지금은 거의 비공개로 돌려 놨다). 심심해서 다시 몇 개 봤는데, 나의 20대는 필요 이상으로 진지하고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었구나 싶다. 심지어 꼬꼬꼬마 때도 피아노 선생님이 어깨에 힘 좀 빼라고 강조했던 걸 보면 늘 뭔가 경직된 애어른 상태였던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대학원 심리평가 수업에서 선생님이 힘을 좀 빼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게 이제 이해가 된다. 상담이든 검사든 뭐든 운동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하면 진도 못 나가고 제풀에 나가 떨어진다. 처음부터 고중량 치면 헬스장 삼일도 못 채우고 헬스장에 돈 갖다 바치는 거고, 처음부터 자유형하려고 하면 몸 .. 2013. 6. 25. stand by me 86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어제 밤에 EBS에서 해줘서 정말 잼있게 봤다. 정서적으로 박탈된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 자랐다는 것이 이 12살(우리나이로 하면 6학년) 꼬마들의 공통점이다. 그래서인지 죽이 잘 맞는다. 같이 모여서 담배도 피고 카드 놀음도 하고 여자 슴가 얘기도 하고 등등. 그런데 어느 날 몇 십 킬로미터 떨어진 철로 주변에서 동네 다른 꼬마가 시체로 발견됐다는 얘기를 동네 건달 형들로부터 엿듣게 되면서 이 네 꼬마의 1박2일이 시작된다. "걸어서 거기까지 가보자. 처음 시체를 발견한 사람으로서 방송 타고 유명해질 수 있어!" 이런 꼬맹이다운 동기를 가지고 철길 여행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저마다가 지닌 상처들이 하나씩 불거져 나온다. 먼저 제일 오른쪽 꼬맹이는 이름이 고르디인데 아빠가 .. 2013. 6. 9. 시월드 괴롭히는 시어머니보다 방관하는 남편에게 더 많은 한이 맺히는 법.남편은 먼저 아내편을 들고 나중에 어머니를 챙기는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내와의 관계,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 당연히 두 관계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관계가 더 깨지기 쉬운지를 잘 판단해야. 2013. 6. 5. Rust and Bone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마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테파니와 알리의 사랑 얘기다. 근데 스테파니는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잃은 여자고 알리는 변변한 직업도 없는 무명의 운동선수인데다 아들도 있다. 두 남녀가 어떻게 불이 붙게 될까. 이 영화는 별 대사도 없이 그 과정을 개연성 있게 담아 내고 있는데, 알리가 워낙 가식이 없고 본능(특히 성본능)에 충실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스테파니처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여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한편 여전히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스테파니의 말에 테스트해 보자, 해보면 '직빵'으로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던 알리도 이미 스테파니와 여러번 만난 후인 그 시점에서는 스테파니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 2013. 5. 12. 김애란 김애란 소설을 읽고 있으면 아.. 이건 내 얘긴데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된다. 직접 가난을 겪어보지 않고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왠지 본인이 다 경험해 본 얘기들을 그냥 써 내려가는 거 같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아무튼 탁월한 소설가임에 분명하다. 샤워기를 틀자 쏴아-하고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린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순간은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도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 샤워기 아래서 그것을 아주 사실적이고 감각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 2013. 4. 12. 틈 빈 틈이 있어야 빛이 들어올 수 있다는 레너드 코헨의 가사를 매일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 인간은 완전할 수 없다. 신 이외의 그 누구도 완전할 수 없다. 다만 불완전함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가운데 완전함을 추구해 나갈 뿐이다. 인간이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기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은 것 같다. 2013. 3. 19. 아버지를 위한 노래 - 작년에 시네큐브에서 개봉했던 영화인데 어떻게 이번에 시간이 맞아서 아트시네마 가서 보고 왔다. - 불쾌한 기분이 오랫 동안 지속되어서 일종의 성격이 되어 버린 듯 다소 무기력하고 침울한 '과거의 록스타'를 연기한 숀펜의 연기가 좋았다는 게 이 영화의 최대 메리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독의 이름보다는 숀펜의 이름을 보고 영화를 찾았을 것이고 숀펜의 연기에 엄지 손가락을 올렸을 것이다. - 마지막 장면에서 숀펜이 여행을 마치고 제 나이에 맞는 얼굴로 돌아 왔을 때,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뭔가 현실감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위에 보이는 바와 같이 큐어의 로버트 스미스 코스프레 자체가 꽤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나 보다. - 아버지에게 사랑 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에 사로 잡혀서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 2013. 3. 16.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