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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673

발췌 근본적으로 언어란 과연 그 내부의 모든 것이 이미 알려져 있거나 적어도 알 수 있을 터인 어떤 빛의 섬을 그 주위에 만들고 있는 등대들처럼 수많은 타인들이 가득히 들어 살고 있는 세계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영역으로부터는 그 등대들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나의 환상에 힘입어 그들의 빛은 오랫동안 나에게까지 이르고 있었다. 이제는 마침내 암흑이 나를 둘러싼다.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미셸 투르니에, 민음사 개정판 5쇄 67쪽.타인의 시선은 자신을 알 수 있게 하는 훌륭한 거울이다. 그 시선이 만들어내는 자의식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이 아닐지. 아직 얼마 못 읽었으나 망망대해의 무인도에 고립된 인간이 어떤 내적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는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과 필력에 감탄.. 2016. 6. 29.
마니산(2016.06.20) 2011년 혹은 2012년경에 석모도 놀러갈 때 강화도에 왔었는데 이번에는 마니산 등산을 위해 왔다. 아침 여섯 시에 지하철을 탔는데 여기 도착하니 9시였다. 장장 3시간 걸림.미세먼지 걱정은 안 해도 될 날씨였으나 부슬비가 간간이 내렸다.마니산 매표소에서 단군로를 거쳐 정상인 참성단 도착. 3.6km 정도 되는데 동네 뒷산마냥 경사가 심하지 않은 완만한 흙길을 따라 오르게 된다. 참성단에서 함허동천로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함허동천에서 참성단으로 올라오는 게 힘들긴 해도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함허동천 방면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번과는 반대로 가야지.꿀맛.날이 약간만 좋아도 신도, 시도, 모도가 보였을 텐데. 아쉬웠음.내려오니 날이 맑아짐. 강화터미널 가는 버.. 2016. 6. 23.
은유로서의 질병 "질병을 일종의 인과응보로 여기는 관념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암의 경우에 이런 관념이 기승을 부렸다. 암에 관한 한, 우리는 '투쟁'을 하거나 '성전'을 벌인다. 암은 '살인마' 같은 질병이며, 암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암의 희생양'이다. 표면적으로 이 질병은 범죄자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암 환자 또한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질병에 관한 심리학적 이론에 따르자면, 질병에 걸리는 것이나 질병을 극복하는 것이나 전부 불행한 환자에게 책임이 달려 있는 것이다. 또한, 암을 질병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악마 같은 적으로 취급하는 관습 때문에, 암은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라 수치스러운 질병이 되어버린다." 5쇄, 88쪽. 디스크가 오랫동안 잘못된 습관을 유지해온 결과라는 .. 2016. 6. 19.
솔라리스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스나우트: 사람이 행복할 때는 삶의 의미와 영원이라는 주제에 흥미가 없는 법이요이런 질문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물어봐야 하는 거요. 캘빈: 우린 우리가 언제 죽을 지 모르죠. 그래서 서두르는 겁니다. 스나우트: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그런 저주받은 질문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오. 캘빈: 우린 의미를 찾아내려고 인생에 질문을 던져요.하지만 인간의 모든 단순한 진리는 고유의 미스테리를 갖고 있죠.행복, 죽음, 사랑의 미스테리 스나우트: 당신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군. But I Can't help thinking about it. 캘빈: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자신이 죽을 날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 날을 모르기 때문에 우린 사실상 불멸처럼 되는 거요. ---------------------------------.. 2016. 6. 17.
발췌 그런데 나는 우리의 어떤 부분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건지 끝까지 밝혀내지 못했소. 우리가 좋은 건지, 아니면 우리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게 좋은 건지. 혹은 우리를 통해 뭔가 깨달을 수 있다는 게 좋은 건지...체르노빌의 목소리, 초판 4쇄, 246쪽.나는 역사와 역사적인 시대에 살고 싶지 않아요. 그 시대에 내 작은 생명은 갑자기 보호막을 잃어버려요. 위대한 사건은 작은 생명을 보지도 못하고 짓밟아버려요. 멈추지도 않아요. (생각에 빠진다) 우리 후에는 역사만 남을 거예요. 체르노빌만 남을 거예요. 그런데 내 삶은, 내 사랑은 어떻게 되나요?297쪽.이미 수술 전에 저는 제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제 살 날이 며칠 안 남았다고... 시한부 인생이라 생각했지만 무서울 정도로 죽기.. 2016. 6. 15.
손님 우리는 세상이라는 잔치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이다. 그럼에도, 주인이 손님에게 과분한 상을 차렸는데 겨우 그것밖에 대접을 못 하느냐고 되려 주인을 나무란다. 주인이 손님을 잔치에서 쫓아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설령 자신을 잔치에 초대한 주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손님은 주인이 나가라면 나갸야 하는 법이다. 쫓기고 안 내쫓기는 것은 전적으로 주인 뜻에 달려 있다. 이걸 마음 깊이 깨달은 자는 평안을 얻을 것이다. 반대로 자기가 주인인 줄 아는 자는 평안을 얻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인 채 쫓겨날 것이다. 나도 그렇게 될 것 같아서 문득 두렵다. 얼마 전에 가톨릭 입교식이 있었다.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입으로라도 나는 이 세상의 손님이고, 주인은 따로 .. 2016. 6. 14.
발췌 긴급한 상황이 닥치면 사람은 책에 나오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책에서 읽은 사람들은 찾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다. 다 반대였다. 사람은 영웅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파멸의 상인이다. 크고 작은 파멸을 사고 판다. (중략) 악의 메커니즘은 세상이 파멸해도 돌아갈 것이다. 내가 알게 된 사실이다. 지금과 똑같이 서로 헐뜯고, 상사 앞에서 아부하고, 집에 있는 텔레비전과 모피 코트를 지켜낼 것이다.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사람은 지금과 똑같을 것이다. 영원히...체르노빌의 목소리, 초판 4쇄, 173-174쪽. 핵폭발의 위험이 존재하던 때가 있었소. 용해된 우라늄과 흑연이 지하수에 들어가지 않도록 원자로 아래에서 지하수를 빼내야 했소. 우라늄과 흑연이 물과 섞이면 임계질량이 형성되기 때문이었소. 폭발력이 3~5.. 2016. 6. 13.
입교식 오늘 가톨릭 입교식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에 2시간 동안 교리 교육을 듣게 된다. 6개월 교리 교육이 끝나고 신부님이 허락해야 가톨릭 신자가 되는 거다. 난 평소에도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고 내일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여기며 살아 왔다. 물론 이런 생각에도 다 역사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런 얘기는 여기서 할 필요가 없고, 여하튼 몸이 아프니까 요즘엔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자각하면 할수록 사람은 목표 수립보단 주변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삶 같은 거대한 자기애적 비전은 내 뜻으로 되는 게 아님을 알기에 내려 놓았다. ㅎ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지만 그건 하나님 소관이니까. 다만 내.. 2016. 6. 13.
진진 서교동의 유명한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다. 수요미식회 나오기 전부터 유명했던 곳. 멘보샤와 가지요리(+칭따오) 시켰는데 값어치를 함. 멘보샤는 빵의 크리스피(?)한 식감과 새우의 부드러운 식감이 묘하게 공존했는데, 맥주 안주로 딱이었다. 가지요리는 순한 것 같으면서도 매콤한 게, 젓가락을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는 그런 맛이었다. 양이 얼마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요리 둘에 칭따오 두 병 먹으니 배 터지는 줄. 2016. 6. 9.
발췌 내가 믿는 건, 내 자신은 그 어떤 선한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거지요. 만약 나를 창조한 분이 언젠가 내게서 좀 더 좋은 것을 만든다면, 그건 그분의 소관이지요. 그분은 놀라운 능력을 지녔으니까. 광대 팜팔론 초판 1쇄, 50쪽. 201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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