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하루하루660

솔라리스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스나우트: 사람이 행복할 때는 삶의 의미와 영원이라는 주제에 흥미가 없는 법이요이런 질문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물어봐야 하는 거요. 캘빈: 우린 우리가 언제 죽을 지 모르죠. 그래서 서두르는 겁니다. 스나우트: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그런 저주받은 질문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오. 캘빈: 우린 의미를 찾아내려고 인생에 질문을 던져요.하지만 인간의 모든 단순한 진리는 고유의 미스테리를 갖고 있죠.행복, 죽음, 사랑의 미스테리 스나우트: 당신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군. But I Can't help thinking about it. 캘빈: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자신이 죽을 날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 날을 모르기 때문에 우린 사실상 불멸처럼 되는 거요. ---------------------------------.. 2016. 6. 17.
발췌 그런데 나는 우리의 어떤 부분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건지 끝까지 밝혀내지 못했소. 우리가 좋은 건지, 아니면 우리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게 좋은 건지. 혹은 우리를 통해 뭔가 깨달을 수 있다는 게 좋은 건지...체르노빌의 목소리, 초판 4쇄, 246쪽.나는 역사와 역사적인 시대에 살고 싶지 않아요. 그 시대에 내 작은 생명은 갑자기 보호막을 잃어버려요. 위대한 사건은 작은 생명을 보지도 못하고 짓밟아버려요. 멈추지도 않아요. (생각에 빠진다) 우리 후에는 역사만 남을 거예요. 체르노빌만 남을 거예요. 그런데 내 삶은, 내 사랑은 어떻게 되나요?297쪽.이미 수술 전에 저는 제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제 살 날이 며칠 안 남았다고... 시한부 인생이라 생각했지만 무서울 정도로 죽기.. 2016. 6. 15.
손님 우리는 세상이라는 잔치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일 뿐이다. 그럼에도, 주인이 손님에게 과분한 상을 차렸는데 겨우 그것밖에 대접을 못 하느냐고 되려 주인을 나무란다. 주인이 손님을 잔치에서 쫓아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설령 자신을 잔치에 초대한 주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손님은 주인이 나가라면 나갸야 하는 법이다. 쫓기고 안 내쫓기는 것은 전적으로 주인 뜻에 달려 있다. 이걸 마음 깊이 깨달은 자는 평안을 얻을 것이다. 반대로 자기가 주인인 줄 아는 자는 평안을 얻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인 채 쫓겨날 것이다. 나도 그렇게 될 것 같아서 문득 두렵다. 얼마 전에 가톨릭 입교식이 있었다.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입으로라도 나는 이 세상의 손님이고, 주인은 따로 .. 2016. 6. 14.
발췌 긴급한 상황이 닥치면 사람은 책에 나오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책에서 읽은 사람들은 찾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다. 다 반대였다. 사람은 영웅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파멸의 상인이다. 크고 작은 파멸을 사고 판다. (중략) 악의 메커니즘은 세상이 파멸해도 돌아갈 것이다. 내가 알게 된 사실이다. 지금과 똑같이 서로 헐뜯고, 상사 앞에서 아부하고, 집에 있는 텔레비전과 모피 코트를 지켜낼 것이다.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사람은 지금과 똑같을 것이다. 영원히...체르노빌의 목소리, 초판 4쇄, 173-174쪽. 핵폭발의 위험이 존재하던 때가 있었소. 용해된 우라늄과 흑연이 지하수에 들어가지 않도록 원자로 아래에서 지하수를 빼내야 했소. 우라늄과 흑연이 물과 섞이면 임계질량이 형성되기 때문이었소. 폭발력이 3~5.. 2016. 6. 13.
입교식 오늘 가톨릭 입교식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에 2시간 동안 교리 교육을 듣게 된다. 6개월 교리 교육이 끝나고 신부님이 허락해야 가톨릭 신자가 되는 거다. 난 평소에도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고 내일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여기며 살아 왔다. 물론 이런 생각에도 다 역사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런 얘기는 여기서 할 필요가 없고, 여하튼 몸이 아프니까 요즘엔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자각하면 할수록 사람은 목표 수립보단 주변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삶 같은 거대한 자기애적 비전은 내 뜻으로 되는 게 아님을 알기에 내려 놓았다. ㅎ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지만 그건 하나님 소관이니까. 다만 내.. 2016. 6. 13.
진진 서교동의 유명한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다. 수요미식회 나오기 전부터 유명했던 곳. 멘보샤와 가지요리(+칭따오) 시켰는데 값어치를 함. 멘보샤는 빵의 크리스피(?)한 식감과 새우의 부드러운 식감이 묘하게 공존했는데, 맥주 안주로 딱이었다. 가지요리는 순한 것 같으면서도 매콤한 게, 젓가락을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는 그런 맛이었다. 양이 얼마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요리 둘에 칭따오 두 병 먹으니 배 터지는 줄. 2016. 6. 9.
발췌 내가 믿는 건, 내 자신은 그 어떤 선한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거지요. 만약 나를 창조한 분이 언젠가 내게서 좀 더 좋은 것을 만든다면, 그건 그분의 소관이지요. 그분은 놀라운 능력을 지녔으니까. 광대 팜팔론 초판 1쇄, 50쪽. 2016. 6. 9.
이동진 라이브톡 가사를 제대로 본 건 처음인데 노래가 2배쯤 좋게 들린다. 압구정 CGV에서 이동진 라이브톡 있어서 보고 왔다. 쳇 베이커 관련 음악 영화인 본 투 비 블루 상영 후 이동진님의 80분에 걸친 설명이 이어졌다. 올 상반기 내 최고의 힐링이신 이동진님은 빨책에서처럼 농담을 던지는 일이 없었다. 자기 분야에서는 매우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음. 어떤 프레젠테이션이든 간에 사람은 15분 정도 넘어가면 집중력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동진님이 어찌나 달변으로 영화를 풍부하게 해석하시는지 80분 동안 귀 쫑긋 세우고 경청함. 영화에서는, 마약중독자로서의 쳇 베이커가 꽤나 로맨틱하기도 하고 성실하기도 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연민을 자아내게 그려지고 있지만 이 뮤지션의 실제 삶은 악마적인 면모가 있었.. 2016. 6. 9.
백치(하) 하루 종일 머리 부여잡고 거의 다 읽었다. 500페이지쯤 되나.. 그리스도적인 주인공으로 인해 주변 인물들이 개과천선하게 된다는 그런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좋다. 오히려 주변 인물들의 말로는 하나 같이 좋지가 않다. 선한 영향을 받았던 사람도 결국에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 내지 못하고 미쉬낀을 만나기 전보다 더 안 좋게 돼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주인공은 끝까지 다른 사람에 대한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심지어 살인을 저지른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애쓴다. 주인공 미쉬낀과의 대조를 통해서 인간 본성의 이중성을 세심하게 부각시킨 것까진 좋았는데, 이런 위로를 보면서 이폴리뜨나 가냐가 그랬던 것처럼 미쉬낀에 대한 이질감을 많이 느꼈다,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 것은 신뿐이다.. 2016. 6. 8.
잠입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타르코프스키 회고전 중인데 공짜다. 일요일까지 하니까 관심 있는 분은 아트하우스 모모 홈페이지 들어가 보시길. 무료이긴 해도 이런 난해하고 심오한 예술영화가 매진될까 싶어서 넋 놓고 있다가 거의 제 시간에 갔다. 의외로 매진돼 있었으나 표를 받아 놓고 안 오는 사람들이나 반환되는 표가 있어서 운 좋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20대 초반에 어둠의 경로로 보고 거의 10년만에 스크린으로 다시 보는 거였는데 여전히 난해했다.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20대 초반에 봤을 때와의 차이라면 차이다. 줄거리야 뭐 인터넷 조금만 뒤져보면 나오는 것이니 생략하고, 굉장히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영화라 여겨졌다. 거두절미하고, 주요 등장인물 세 명이 목숨을 걸고 탐사를 가는 '구역'이라는 .. 2016. 6. 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