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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274

입교식 오늘 가톨릭 입교식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에 2시간 동안 교리 교육을 듣게 된다. 6개월 교리 교육이 끝나고 신부님이 허락해야 가톨릭 신자가 되는 거다. 난 평소에도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고 내일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여기며 살아 왔다. 물론 이런 생각에도 다 역사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런 얘기는 여기서 할 필요가 없고, 여하튼 몸이 아프니까 요즘엔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자각하면 할수록 사람은 목표 수립보단 주변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삶 같은 거대한 자기애적 비전은 내 뜻으로 되는 게 아님을 알기에 내려 놓았다. ㅎ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지만 그건 하나님 소관이니까. 다만 내.. 2016. 6. 13.
진진 서교동의 유명한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다. 수요미식회 나오기 전부터 유명했던 곳. 멘보샤와 가지요리(+칭따오) 시켰는데 값어치를 함. 멘보샤는 빵의 크리스피(?)한 식감과 새우의 부드러운 식감이 묘하게 공존했는데, 맥주 안주로 딱이었다. 가지요리는 순한 것 같으면서도 매콤한 게, 젓가락을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는 그런 맛이었다. 양이 얼마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요리 둘에 칭따오 두 병 먹으니 배 터지는 줄. 2016. 6. 9.
발췌 내가 믿는 건, 내 자신은 그 어떤 선한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거지요. 만약 나를 창조한 분이 언젠가 내게서 좀 더 좋은 것을 만든다면, 그건 그분의 소관이지요. 그분은 놀라운 능력을 지녔으니까. 광대 팜팔론 초판 1쇄, 50쪽. 2016. 6. 9.
이동진 라이브톡 가사를 제대로 본 건 처음인데 노래가 2배쯤 좋게 들린다. 압구정 CGV에서 이동진 라이브톡 있어서 보고 왔다. 쳇 베이커 관련 음악 영화인 본 투 비 블루 상영 후 이동진님의 80분에 걸친 설명이 이어졌다. 올 상반기 내 최고의 힐링이신 이동진님은 빨책에서처럼 농담을 던지는 일이 없었다. 자기 분야에서는 매우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음. 어떤 프레젠테이션이든 간에 사람은 15분 정도 넘어가면 집중력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동진님이 어찌나 달변으로 영화를 풍부하게 해석하시는지 80분 동안 귀 쫑긋 세우고 경청함. 영화에서는, 마약중독자로서의 쳇 베이커가 꽤나 로맨틱하기도 하고 성실하기도 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연민을 자아내게 그려지고 있지만 이 뮤지션의 실제 삶은 악마적인 면모가 있었.. 2016. 6. 9.
잠입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타르코프스키 회고전 중인데 공짜다. 일요일까지 하니까 관심 있는 분은 아트하우스 모모 홈페이지 들어가 보시길. 무료이긴 해도 이런 난해하고 심오한 예술영화가 매진될까 싶어서 넋 놓고 있다가 거의 제 시간에 갔다. 의외로 매진돼 있었으나 표를 받아 놓고 안 오는 사람들이나 반환되는 표가 있어서 운 좋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20대 초반에 어둠의 경로로 보고 거의 10년만에 스크린으로 다시 보는 거였는데 여전히 난해했다.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20대 초반에 봤을 때와의 차이라면 차이다. 줄거리야 뭐 인터넷 조금만 뒤져보면 나오는 것이니 생략하고, 굉장히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영화라 여겨졌다. 거두절미하고, 주요 등장인물 세 명이 목숨을 걸고 탐사를 가는 '구역'이라는 .. 2016. 6. 4.
나는 당신을 심판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백치 상권을 힘들게 다 읽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은 언제나 쾌보다는 불쾌에 가까운데 이름도 잘 안 외워지는 많은 등장인물과 어느 한 장면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치밀함 때문에 그렇다. 뇌에 부하가 너무 많이 걸리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백치 미쉬낀 공작은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일종의 실험적인 인물이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모든 것을 관용과 이해로 받아들이는 그런 신적인 캐릭터다.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무한 사랑에 어떤 사람들은 그를 백치라고 놀려대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이 현실 속에 들이닥쳤을 때 주변 인물들의 반응이 흥미로운데 크게 보면 미쉬낀을 극도로 미워하거나 미쉬낀의 태도에 감화 받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아.. 감화 받은 척하면서 미쉬낀의 관용과 이해를 이용해.. 2016. 6. 2.
뒤척임 심한 정신적 혹은 육체적 고통을 겪었던 개인은, 그 고통이 과거형이고 현재는 건강을 회복했다면, 타인의 고통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을까? 이건 비교적 쉽게 답할 수 있다. Yes. 그렇다면 그 고통이 현재형이라면?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고통의 심각도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 육체적 고통의 정도는 타인의 고통에도 민감해질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일까. 혹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민감성을 저해하는 수준일까. 허리 상태가 다시 조금 좋지 않아졌다. 지난 주 M83 공연에서 무리한 게 화근인 듯. 아침에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영화를 보거나 가볍게 산행을 하는 등 취미생활 정도는 하면서 지낼 수 있지만 당장 일이라도 시작하게 되면 통증이 심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타인의 고통에도 민감해질 수 있게 벼려지는 .. 2016. 6. 2.
정장 일요일엔 정장을 한 벌 맞춰야겠다. 간만의 면접이라 긴장된다. 어디서 일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2016. 5. 27.
히어 애프터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집단 따돌림은 사형 선고와도 같은 것이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척 당하고, 심지어 아버지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한 청소년의 이야기. 우발적인 살인이 배척의 이유인데, 이미 죄값을 치르고 출소한 상황이지만 또래나 이웃의 박해는 살인에 버금가는 린치 수준이다. 이 아이는 '혼자 있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견딘다. 그 노력이 더할 수 없이 처참하게 그려진다. 여자친구도, 심지어 아버지도 자신으로부터 등을 돌린 상황에서 이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스포일 할 순 없겠고, 영화 보면 안다. ㅎ 배경음악이 일절 없고 일상의 소음도 거의 음소거 시켜 놓아서 씬 하나하나가 더 살벌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 주인공 가족이나 주인공을 죽도록 두들겨 팬 킴의 가족이.. 2016. 5. 27.
싱 스트리트 원스나 비긴어게인 만든 존 카니 작품이라 기본은 함. 특히 듀란듀란, 보이조지, 디페쉬모드, 큐어 등 80년대 영국팝의 거성들을 회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음. (엔딩크레딧 보면 클래쉬나 스미스 노래도 삽입돼 있다고 돼 있는데 영화 볼 땐 몰랐음.)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것 같음. 하지만 스토리가 너무 억지스러워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였음. 그럼에도 음악 영화는 역시 음악이 좋으면 모든 게 용서됨. 허구이긴 하지만 주인공이 노래를 어찌 저리 쉽게 만드나 무지하게 부러웠음.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카피밴드나 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주인공의 형이 하는 말이 인상적임. 로큰롤은 조롱 받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했나.. 자작곡이 아무리 구린내가 나도(주인공의 형이 쓴 표현임) .. 2016.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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